헤럴드경제 '그림로비 의혹' 적극적 후속보도 '호평'
22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이석우 서울신문 선임기자
이석우 서울신문 선임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4.08 15: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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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서울신문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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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이달의 기자상’에 모두 45건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취재보도 부문 1건, 지역취재보도 부문 2건, 전문보도 부문 2건 등 5건이 뽑혔다. 지역취재보도에서 지역언론들의 출품작들이 충실한 내용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는 신문통신이나 방송에서나 모두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헤럴드경제(라이프스타일부 이영란 기자)의 ‘한상률 국세청장 ‘그림로비’ 의혹 보도’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씨의 실명 인터뷰를 통해 당시 현안이던 국세청 내부 비리 의혹을 구체적으로 제기했고 국세청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일으키는 등 사회적 파급효과도 컸다는 점에서 평가가 일치했다. 또 첫 보도는 아니었지만 첫 보도에서 놓친 핵심 관계자의 인터뷰와 의혹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후속 보도를 이어나갔다는 점도 호응을 얻었다.
취재보도부문에서 경합했던 ‘“독도, 일본 섬 아니다” 日 법령 발견(조선일보 기획취재부 유석재 기자)’ 기사는 사회적 반향이나 파급효과에서는 높은 호응을 얻은 특종 보도였지만 ‘시간차 특종’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을 넘어서지 못해 수상에선 탈락했다.
대구MBC(특별취재팀 김환열 기자 등)의 ‘낙동강 1,4-다이옥산 검출 특종 및 연속보도’는 첫 보도에서도 가장 빨랐고 다이옥산이 수질 기준치를 넘게 된 원인과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춰내는 후속보도에서도 충실했다는 점에서 지역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이론이 없었다.
대전방송(보도국 노동현기자 등)의 ‘석면광산 폐질환 공포, 공식 확인’은 최초 보도는 아니었지만 심층 보도로 석면이 어떻게 한 지역사회와 개개인들을 황폐화시키는지를 파고들어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관계 당국의 후속 조치를 유발시키는 데 성공한 기사였다는 점이 평가돼 지역취재보도부문의 수상작으로 뽑힐 수 있었다.
같은 부문의 ‘해군기지 유관회의록 파문’(KBS제주 보도국 김익태 기자)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해당 지역사회의 뜨거운 찬반 양론 속에서 보도돼 큰 파문을 일으켰고 지역사회의 반대 움직임에 대한 당국자들의 폭력적, 공안적 시각을 들춰내고 도지사의 사과도 이끌어내는 등 위력을 보였지만 심사위원 과반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부문에서 한국경제신문의 ‘현인에게 길을 묻다’ 및 ‘외환위기를 극복한 사람들’(사회부 하영춘 기자 등)은 가상 인터뷰란 재치있고 참신한 방식으로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도입해 경제문제의 극복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는 호응을 받았지만 수상에는 못미쳤다. 가상 인터뷰의 대상 선정 및 서술 방식의 객관성 확보란 점에서 생각할 과제를 남겼다.
같은 기획보도부문 ‘불법 마스터클래스에서 유명교수 과외성행’(국민일보 서윤경 기자 등)도 짜임새 있는 기획력과 집중력을 선보였다. 김남윤·정명화씨 등 유명 음악가들의 실명 인터뷰 등을 통해 관례화된 예능 과외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등 공도 많이 들어간 기사였다. 하지만 전형적인 기획 기사라기보다는 취재부문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 속에서 수상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코리아타임스(사회부 강신후 기자)의 ‘입양되는 한국아이들, 거짓말 하는 미군학교’는 전문보도 부문에서 오랜만에 영자신문의 수상을 이끌었다. 끈질기고 세밀한 취재를 통해 의혹을 검증해나가는 기자로서의 노력과 근성을 높게 샀다. 지난해에도 해당 신문은 미군학교의 한국인 편법 입학문제를 여러 차례 파헤치는 기사를 내놓은 바 있다.
사진보도부문에는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됐던 용산참사에 대한 세 곳의 회원사 출품작이 경합했다. 그 가운데 ‘불길에 휩싸인 철거민’(CBS 사진팀 한재호 기자)이 선정됐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충격적인 당시 모습을 간결하고 극명하게 전달해줬다는 평을 받았다. 나머지 두 회사의 출품작들도 사각 시간에 묵묵히 현장을 지키면서 당시 참사 장면들을 포착해 독자들에게 전달한 수작이었다는 데는 이론이 없었다. 다만 너무 많은 사진을 한꺼번에 한 묶음으로 출품해서 오히려 초점을 흐리게 해 점수를 잃은 측면도 있었다.
전문보도부문에 두 편의 방송영상보도도 출품됐었다. 수상은 못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더 힘겨워지고 고달파진 민초들의 모습을 살피려했고, 더 열악해진 취재환경 속에서도 발품 팔아가며 등불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일선 기자들의 노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공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