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구속 정당한가
지성우 단국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9.01.21 15: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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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우 단국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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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관계법 개정 문제가 해를 넘겨 잠시 미루어지나 싶더니, 지난 7일 체포된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체포되어 사회의 관심이 온통 이 문제에 쏠려 있다.
그동안 미네르바의 정체와 처벌 여부 및 법률의 위헌성 문제 등에 대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돼 왔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미네르바와 최초로 인터뷰를 했다는 모 유명 월간지에서는 미네르바는 약 7명 정도로 구성된 필진이고, 현재 체포된 박모씨는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인터뷰기사를 게재하여 또다시 미네르바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결말이 어떠하든 간에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몇 가지 대한민국의 착잡한 현주소를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여전히 학벌과 사회적 부가 개인의 표현내용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미네르바가 작성한 몇 개의 글을 보고 경제전문가들조차 미네르바를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탁견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막상 미네르바가 전문대 졸업의 30세 백수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경제전문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 한 편의 경제전문가들은 “그럴 리 없다. 진짜 미네르바는 따로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전문가들은 “박씨가 미네르바가 맞다. (겨우 전문대 졸업자가) 짜깁기한 수준이기 때문에 논리와 자료들에서 여러 가지 오류가 발견되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장 내용에 불구하고 두 견해는 모두 결론적으로 신비에 싸여 국민들의 경제적 스승이라고 일컬어지던 박씨를 일개 “전문대 졸업에 무직자인 30대”로 격하시켜 버리고 있는 것이다.
비록 박씨의 경제전망이 잘못되었을 수는 있으나, 이는 그의 공부가 짧았거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결코 학벌이 낮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씨의 프로필에 대해 보도하는 언론매체들의 태도나 경제전문가들의 논평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사회적 편견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둘째, 미네르바 사건은 우리사회의 좌우와 흑백논리의 대립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게 해주었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한쪽에서는 “미네르바와 같이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들이 판치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는 지금보다 훨씬 강화되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미네르바와 같은 인물들이 주장하는 표현의 자유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통신법 제47조 제1항에 의하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인 법리차원에서는 검찰은 박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법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공소유지가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박씨의 행위를 처벌하는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법체계상·내용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억제할 수 있는 악용의 여지가 있는 규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에 대한 무조건적인 처벌을 주장하는 것은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라는 법의 목적을 달성의 범위를 넘어서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셋째, 박씨의 구속을 통해 형사처벌의 형평성 문제와 “괘씸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박씨의 행위의 가벌성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으며, 가벌성이 약하다는 견해가 다수인 듯하다. 백보 양보해서 박씨의 ‘행위의 가벌성’이 인정되어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굳이 이런 사안에 대해 구속까지 해서 수사하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구속이 되면 신체의 자유와 효율적인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구속요건을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로 매우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법원은 박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구속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정황상 충분히 헌법·형사법적으로 다투어볼 만한 사안을 두고 과연 도주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법원은 피의자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해야 옳았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헌법상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의 규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인신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규를 무리하게 확대 적용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미네르바 사건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 전통이 그리 뿌리 깊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박씨의 행위가 처벌되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박씨가 겨우 “30대의 전문대졸업자인 백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저지른 행위 때문이어야 한다. 또한 박씨에게 적용되어야할 법 규정은 ‘괘씸죄’가 아니라 헌법에 근거한 ‘정당한 법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