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의 가려진 진실

21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KBS 김대원 기자


   
 
  ▲ KBS 김대원 기자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한여름 20층 아파트 건설현장. 서 있기조차 힘들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고, 밑을 보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아찔한 고공에서 건설노동자들은 무거운 철근을 옮기고 있다. 그래도 여름이면 일거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는 한 노동자의 허탈한 웃음에 취재 도중 힘들다고 말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취재진이 파악한 건설노동자 수는 대략 3백만 명(노동부나 통계청 집계보다 약 70만~1백20만 명 더 많다). 4인 가족으로 보면 약 1천2백만 명, 우리나라 인구 4분의 1이 건설노동에 삶을 의탁한 셈이다. 그런 건설현장에서 지난 10년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공식적으로 한 해 평균 6백58명, 날마다 2명꼴이고 그 수는 해가 지나도 줄지 않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도 은폐되거나 공상으로 처리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건설현장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은 안전사고다.(사실 ‘안전’ 사고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 정부나 기업은 선진국의 노동 유연화 정책을 본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는 적극 도입하면서 정작 건설현장의 기본인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 제도를 따를 의지는 없어 보인다. 우리가 아는 이웃의 누군가가 당장 내일이라도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 있고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극빈층으로 전락하는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누구도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는 온 국민이 관심을 쏟았지만 정작 내 이웃, 내 친척인 건설 노동자들이 하루 2명씩 죽어나가는 상황을 남의 일인 양 보는 모습이 안타깝다.

건설현장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한 나이 든 노동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이판, 사판 공사판이란 말이 있는데 이판, 사판 이게 죽음을 넘나드는 일이에요. 이판은 지금 살아있는 세상이고, 사판은 죽는 판이에요. 죽음을 넘나드는 그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게, 이 공사판이에요 !’

흔히들 ‘할 일 없으면 노가다나 하지’라는 말을 무심결에 내뱉곤 한다.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루하루 외줄타기를 하는 노동자의 삶 앞에 그 말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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