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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연결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정치 9단들도 모두 새해엔 힘든 터널을 지날 것이라 예측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게 약, 아는 게 병 이라 했던가? 매일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 대량해고, 청년실업, 고물가, 고환율, 떨어지는 주식, 듣는 소식마다 어두운 전망 일색이었다.
동해에는 새벽에 도착했다. 추웠다. 오들오들 떨며 2009년 첫 태양을 기다렸다. 드디어, 해가 바다 위로 올라왔다. 해돋이. 그 짧은 순간이지만 1,2분 사이에 태양이 떴다. 눈이 부셨다. 사람들이 모두 탄성을 지르며 점 하나를 바라본다. “아! 세상이 지금 이 순간처럼 평온했으면…,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하고 빌었다.
드디어 새날이다. 하지만 어두운 소식뿐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 중이고, 우리 국회도 전쟁 중이다.
미국의 작가 존케니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세계 각국의 모욕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아랍권의 신발던지기를 소개했다. 이라크에서는 신발을 던지는 게 모욕적 행동이라며, ‘너는 신발만도 못 하다’라는 뜻임을 밝혔다. 이 작가는 부시의 신발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니 여러 가지를 조사한 모양이다.
프랑스에서는 누군가에게 와플을 던지는 게 가장모욕적인 행동 이란다. 와플이 바닥에 떨어지면 끈끈한 시럽이 바닥에 묻기 때문에 바닥을 더럽게 만드는 ‘와플만도 못 하다’라는 뜻이란다. 아프리카 차드에서는 바지로 상대방을 때리는 것이 가장 강력한 모욕행위란다. 한 가지 문제는 바지를 벗어 때리기 위해선 자신의 바지를 즉시 벗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남미 페루에서는 입을 움직이지 않고 복화술로 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심한 모욕이란다. 생각해보니 기분 되게 나쁠 것 같다. 부탄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던지는 것으로 모욕을 준단다.
그럼 우리나라 경우는 어떤게 가장 심한 모욕적일까? 물대포 쏘기? 소화기분말 뿌리기? 국회의원 명패 던지기? 뉴스에, 물대포와 소화기분말이 난무하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 지난봄과 여름 거리에서 경찰과 시민이 대치할 때 참 많이 본 모습이다. 국회의원 여러분이 지금이라도 생생한 시위체험을 해보시겠다는 의도였을까? 얼마 전 국회 출입기자를 연결해 생생한 소식을 들었다.
기자들이 하얀 분말을 뒤집어쓰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일제히 머리 위로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개그콘서트에서 맹활약 하는 후배 안상태 씨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이렇게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까?
“예! 국회에 나와 있는 안상태 기자입니다. 전, 국회에 나가라고 해서 영문도 모르고 나왔을 뿐이고, 저쪽에선 반드시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며 문 잠그고 빗장 걸었을 뿐이고, 이쪽에선 해머로 문을 부수고 틈이 보이니까 물대포를 쐈을 뿐이고, 소화기로 응수했을 뿐이고…, 헉헉… 숨차다. 난, 활극이 벌어지는 가운데서 물대포 맞고, 분말가루 심하게 먹었을 뿐이고, 목구멍 콧구멍이 막혀서 호흡 곤란일 뿐이고, 더러워서 못해먹겠다 소리도 못할 뿐이고…”
새해가 되도 세상이 어수선하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주머니 사정은 썰렁해도, 한잔 걸치지 않고 제정신으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저, 큰 욕심 없이 등 따시고 배불리 살기가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요즘 기쁨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김연아가 있다는 것 하나인 것 같다. 연아의 그 자신감이 나에게 큰 용기를 준다. 어떤 실수를 해도 흔들림 없이 다시 정신 똑바로 차려서 용기를 내는 다부진 모습이 맘에 쏙 든다.
우리 모두 연아처럼 스스로 자신감을 심어주자. 어려울수록 정신 똑 바로 차리고 용기를 주고, 위로해주고 칭찬해 주자. 그래서 억지로라도 행복하자.
우리의 마음을, 이웃을, 사회공동체를 ‘희망! 행복! 웃음!’ 으로 가득 채우자.
방송인 김미화 webmaster@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