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에는 '방송'이 없다


   
 
  ▲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와 함께 등장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1주년이 되어간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통합한 방송통신위원회는 1년여 남짓한 기간동안 쉴새없이 달려왔다. 통합조직을 급하게 구성하다보니, 직원들 월급조차 몇 달 동안 지급하지 못했고 헤게모니 싸움으로 적지않은 방송위원회 직원들이 그만두기도 했다. 조직정비가 채 끝나기도 전에 ‘촛불시위’의 불을 끄고자 한동안 분주하였으며, 연이어 KBS와 YTN의 사장을 이명박 캠프의 사람들로 채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IPTV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 위해 특혜 위주의 IPTV법과 정책을 실시했다. 이마저 모자라 지상파 재송신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한편으로는 방송통신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참여를 위한 방송법 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 방송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내년초에는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는 KBS2와 MBC의 민영화를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

갓 출범하여 돌도 안된 신생조직이 외국 같으면 10년 이상 걸릴 일을 하였다. 영국의 방송통신위원회인 오프콤(Ofcom)은 출범준비에 3년이, 방송통신법 제정에 2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시장주의를 신봉하고 건설업체 CEO가 대통령인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에 걸맞은 조직인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기에 시장 효율성은 방송과 통신에 신선한 활력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말 그대로 노조와 사업자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방송을 시장경쟁이라는 자극제로 글로벌 미디어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는 ‘방송’과 ‘공익성’이 없다. 방송의 핵심은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와 같이 국민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제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장이 좌지우지하는 실질적인 독임제 기관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조직통합과정에서 정보통신부의 목소리만 반영되고 방송위원회 출신들은 요직에서 배제되거나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방송위원회가 얻은 것은 통신방송위원회가 아니고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이름뿐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들이 주도하는 IPTV는 ‘특혜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온갖 사업적 특혜를 안고 출범하게 되었다. 반면에 기존의 지상파는 노조가 지배하는 좌익공영방송으로, 케이블TV는 뉴미디어의 성공을 가로막는 기득권 세력으로 낙인이 찍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과거보다도 심하게 정치적 독립을 부정하고 있다. 자기사람들을 방송계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간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YTN사장을 그대로 두고, 오히려 재승인 보류로 노조가 문제라는 인식은 불균형적이다. 갈등을 야기하고 지속한 사장의 무능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송의 핵심적인 철학인 공익성은 방송이 한편으로는 정치권, 자본, 노조 및 시민사회에 중립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골고루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 어느 정도 독립적인 기관을 설정하며, 여야와 시민사회가 골고루 참여하는 합의제 기관을 만든 것이다. 지금과 같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청와대와 여당의 거수기 노릇을 일방적으로 한 것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는 과거정부나 미디어공공성포럼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프로젝트 수행에 언론학자들을 배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시장주의 방송철학은 공익성과 적절하게 조화했을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새해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관점이 다른 사람도 포용하는 ‘합의제’정신을 존중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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