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깃한 유혹, 땡처리 아파트
21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부산MBC 박상규 기자
부산MBC 박상규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12.24 14: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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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 박상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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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의 단초는 지난 5월 걸려온 취재원의 전화 한 통이었다.
“최근 부산 구서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경매됐는데, 건설사가 분양가 이하로 특정 업자에게 판매했던 속칭 땡처리 아파트다. 은행들은 사기대출을 당했고, 세입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 하락은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특히 지방은 그 사정이 심각했다. 부산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역건설업체는 물론 1군 업체들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까지 20~30%까지 ‘땡처리’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땡처리 아파트가 사기범죄에 이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우선 취재진은 해당 아파트의 경매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등기부등본 열람 작업에 착수했다. 경매물량 대부분이 비슷한 시기, 특정 은행을 통해 시세보다 높게 평가돼 담보대출이 이뤄졌고, 세입자들 역시 비슷한 시기, 특정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입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진은 구서동의 아파트 전체(2백90가구)로 취재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문제의 땡처리 업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진 연산동과 명륜동, 거제동, 광안동 등 다른 아파트에서 피해사례가 없는지 확인에 나섰다.
문제는 아무 대책 없이 관련 내용이 방송될 경우 범죄를 주도한 이들이 모두 잠적하고, 억울한 피해자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취재진은 고민 끝에 부산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아파트 1천5백 가구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며 시가보다 대출금액이 많거나 이와 비슷한 시기에 명의 이전된 아파트를 확인하고 경매와 공매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 또 세입자들과 소재가 확인되는 명의자들을 확보해 설득하고 인터뷰하는 데 5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취재와 경찰의 수사를 통해 건설사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아파트를 넘겨받은 업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기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임대한 뒤 보증금 수억원씩을 챙겨 잠적한 사실이 확인됐다. 확인된 것만, 지난 2년간 부산지역 땡처리 아파트 4개 단지에서 4백여 건의 불법대출이 이뤄졌고 3백여 명이 전세금 사기피해를 봤다. 부산경찰청도 땡처리 조직의 6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60명을 입건하는 성과를 올렸다.
끝으로 짧지 않은 기간 취재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이희길 보도제작팀장님과 생생한 영상을 위해 휴일과 야간을 마다 않고 취재에 임한 입사 동기이자 고등학교 동기 박태규 카메라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