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조용한 재앙
21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국민 김남중 기자
국민 김남중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12.24 14:54:30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 시리즈는 3월 초에 시작됐다. 매주 한 면씩 8개월간 지속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가 머리가 되고, 탐사기획팀이 수족이 돼서 전담팀을 만들었다.
우리는 먼저 한반도의 기후변화 상황도를 그려보기로 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수면상승으로 잠식돼가는 동해안과 아열대성 질병이 확산하고 있는 휴전선 인근을 밟아 나갔다. 쌀, 과일 등 농산물과 해산물 그리고 꽃과 나무 군락 변화를 관찰했다. 위기는 분명해 보였다. 한반도 생태계는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하는 중이었다.
그 앓는 소리를 우리가 들었던가? 아마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생물학에서 경제학까지, 쌀에서 빌딩까지, 개인의 생활습관에서 국제관계까지 포괄하는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어 나가면서 간신히 글을 뽑아내던 지난 8개월을 설명할 수 없다.
한숨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면서 기자의 전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문제들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기후변화가 그렇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렇다. 지난여름 광우병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파악되지 않고, 좀처럼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은 기사는 점점 더 무기력해진다.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거나, 해결에 이바지하지 못 하는 얘기가 되기 쉽다. 매번 기사를 내놓을 때마다 표적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헛방만 날리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를 떨치기 어려웠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을 지키며 환경보도의 전문성을 확보해온 임항 선배가 없었다면 우리 시리즈는 갈팡질팡했을 것이다.
연중시리즈는 종종 늘어졌고,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 주제에 대해 압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매주 한 면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 신문은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관한 한 어느 매체보다 많은 기사를 축적할 수 있었다. 또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장기 해외취재도 가능했다. 하반기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말이 유행하게 되면서 우리 기사를 찾아 읽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기후변화 코너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들의 한 해 노동이 이 상으로 위로를 받는다. 초라한 연말 송년회에 촛불 하나가 켜진 느낌이다. 부끄럽기도 하다. 실수와 속단, 근시안 등 문제가 가득한 저 기사들은 남아서 오래도록 우리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