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실태 관련 연속보도

218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KBS 정인성 특파원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다음 학기부터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해요”

중국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베이징에 머무는 한 학부모의 이 말이 이번 취재의 발단이 됐다. 학원은 왜 다녀야 하지? 학원비는 왜 그렇게 비싸지? 베이징 특파원 생활 2년 반이 넘은 나도 모르는 학원 문화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취재가 결국 중국 명문대 입시를 둘러싼 한국 유학생의 실태로 확대됐다.

학부모와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베이징대, 칭화대 후배들은 물론 학원, 학교 관계자들을 다양하게 접촉하다보니 당초 생각했던 것 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들어가기 위한 입시 경쟁이 평균 10대 1이 넘을 정도로 과열돼 있었고 이 틈새를 노린 학원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학생들을 고등학교에서 빼내서 자체 기숙사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천5백만 원, 학원에는 3천만 원 가량을 떼였다. 

베이징대 예과 반은 한 술 더 뜨는 비리의 온상이었다.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외국인을 위해 베이징대가 만들었다고 하지만 순전히 기부금을 받아 학교 재정에 사용하기 위한 편법 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 년 학비와 기숙사비(무조건 기숙사에 들어가는 게 입학 조건)는 2천만 원에 육박했다. 베이징대 4학년생인 한국인 브로커는 예과 반 입학에만 기본 소개비가 6백만 원, 자격이 안 되는 학생은 천만 원, 베이징대 입학 보장까지는 4천만 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간 베이징대에서 중간 탈락율이 6~70%나 될 정도로 졸업까지 돈으로 살 수는 없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백태는 최고 명문대에 입학해야 한다는 학생, 학부모의 강박관념과 이를 교묘히 이용한 학원, 학교, 브로커가 만든 합작품이었다. 1위안에 1백30원하던 환율이 지금은 2백20원까지 오르면서 묻지마 유학은 차차 정리되고 있다. 베이징시와 대학 당국에서도 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유학생 입시도 엄격해지고 있다. 보도한 보람을 느낀다. 

인터뷰한 취재원들은 처음에는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설득 끝에 화면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를 약속받고야 응했다.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었다. 끝으로 이번 취재를 처음부터 함께한 현지 카메라맨인 장명권씨. 기자협회 회원이 아녀서 기자상을 함께 받을 수 없었지만 다시금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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