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 - 비정규직 800만 시대
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정제혁
경향신문 정제혁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12.03 14:51:49
지난 4월 초 노동담당 기자는 ‘정규직 없는 공장’이라는 단발성 아이템을 발제했다. 이 소박한 아이템은 그러나 조호연 당시 사회에디터(현 기획탐사에디터)에 의해 비정규직 문제 전반을 다루는 기획으로 범위가 대폭 확장됐다.
지난 몇 년간 언론에 보도된 비정규직 관련 기사를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기획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사들은 대략 네 가지 각도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했다. 먼저 통계수치를 인용해 비정규직의 양적 팽창을 다뤘다. 또 투쟁하는 사업장의 사례를 통해 비정규직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보도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비정규직법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짚었다. 끝으로 비정규직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지 검토했다.
이 기사들로 현실을 모자이크 해보니 곳곳에 공백이 보였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이 8백50만을 넘어섰다는 통계수치는 비정규직화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삶의 조건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투쟁하는 사업장의 사례는, 그 의도와 무관하게, 비정규직 문제를 특수한 사업장 혹은 계층의 문제로 제한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이 틈새를 해소하려면 비정규직이 일반적으로 처한 삶의 조건을 먼저 그려낸 바탕 위에서 비정규직 각자의 처지에 따라 반응이 어떻게 달리 나타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법·제도·정치·운동적 요인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분석돼야 현실에 대한 입체적 진단이 가능해진다.
취재는 기획안 마련을 위한 사전취재와 기사 작성을 위한 본 취재로 나뉘었다. 사전취재 단계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각종 자료 수집과 전문가들 인터뷰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본 취재는 기획 의도에 맞는 사례를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예상대로 취재는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쉽게 응하지 않았다. 자신의 얘기가 기사화될 경우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컸다. 사례 발굴을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다. 공·사적으로 아는 지인들을 직접 취재하거나 그들에게 소개를 부탁했고, 그렇게 해서 소개받은 사람에게 또 소개를 청하는 ‘다단계형’ 취재가 기본이었다.
이번 기획의 취지는 “비정규직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이었다. 애초 의도대로 비정규직 문제가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와 형제와 이웃의 문제라는 것, 우리 사회의 보편적 삶의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데는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
경향신문 정제혁 기자(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