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경향 '비정규직 8백만 시대' 입체적 취재·구체적 대안 제시 호평
황치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12.01 17:31:54
제주MBC ‘어메니티’ 6개월간의 국내외 현장취재·사례분석 돋보여
제217회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는 총 35편의 기사가 출품됐으나 11편만 예선을 통과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대기업 총수의 개인 자금 담당 직원이 비자금을 사채로 운용하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청부살인까지 계획한 전모를 파헤친 동아일보(조수진, 김기현 기자)의 ‘200억대 총수 돈 관리 대기업 직원, 몰래 사채로 운용’ 기사가 선정됐다. 다른 매체의 보도와 달리, 후속보도에서도 관련 대기업을 익명 처리한 데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대기업 총수의 비자금과 그로 인한 문제점을 최초 보도한 특종이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동아일보 기사와 경합했던 CBS의 ‘사상 최대 유출…GS칼텍스 1천만 명 개인정보 유출’은 사회적 반향이 큰 기사였지만 ‘제보자 확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쉽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세계일보 탐사보도팀의 ‘2008 불임의 사회학’과 경향신문 특별취재팀(배명재 기자 외 7명)의 ‘한국인 절반 이렇게 산다-비정규직 800만 시대’가 경합을을 벌였으나 경향신문 작품만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우리가 늘 접하고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문제임에도 예외적으로 방치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삶과 민주주의 위기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주효했다. 8명의 기자를 투입, 서울은 물론 전국에 걸친 입체적 취재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의 실상을 잘 보여줬고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점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KBS의 ‘MB정부 부동산정책 점검-건설족 전성시대 열리나’와 ‘시사기획 쌈-지역신문, 그들만의 생존방식’, 그리고 CBS의 ‘세계의 에너지대전, 한국의 선택은’ 등 세 편이 본선에 올랐으나 수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KBS 시사기획팀에서 출품한 기사는 언론으로선 부담스러운 지역신문의 문제를 파헤치고 사회적 공론화를 시도한 점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총체적 접근이 아쉬웠다는 평가와 함께 1표 차로 탈락했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총 11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경쟁이 치열했으나 대규모 이권사업을 둘러싼 기업과 지자체 간의 유착 의혹과 사업자 선정 절차의 문제점을 파헤친 전주방송 특별취재팀(성지호, 이상윤, 이승환, 권대성, 하원호 기자)의 ‘전주시 유수율 제고사업 입찰의혹’ 기사가 최종 선정되었다. 지자체의 사업자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한 사건을 놓고 3개월 동안 40편 이상 끈질기게 보도한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는 농산물 개방 확대와 함께 식량자급화 문제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농작물 재배와 유통현황, 그리고 그에 대한 정책 현실 등을 집중 취재한 무등일보(김종석, 유지호, 강동준, 양기생, 윤재영 기자)의 ‘막오른 식량전쟁, 위기의 농업 대안 찾자’ 가 선정되었다. 전통적 농도인 전남지역의 식량자원 문제에서 출발한 이 기사는 전국적인 현장 취재를 통해 식량자급의 중요성을 국가적인 이슈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8편의 작품이 경합을 벌인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제주MBC(문홍종, 송원일 기자)의 ‘창사특집 HD다큐멘터리 “어메니티, 미래를 설계하라’ 1편만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장밋빛 개발의 청사진 아래 자칫 간과되기 쉬운 과잉 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도시와 농촌이 고유 특성을 살려 발전하는 방안을 ‘어메니티’ 개념으로 구체화한 점이 돋보였다. 특히 치밀한 기획 아래 6개월간에 걸친 국내외 현장취재와 사례분석을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활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단위 기획방송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달에는 기자상 수상작이 5편으로 올 들어 가장 적었지만, 수상자 수는 22명으로 여느 때보다 많아 합심의 의미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비리를 고발한 작품, 그늘진 곳을 들춰낸 작품, 미래지향적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 등 수상작들의 면면은 달랐지만 하나같이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작품들이었다.
곧 연말이 다가온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다 크고 작은 갈등이슈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잔뜩 찌 풀어져있는 서민들의 마음을 따스하므로 녹여내는 기사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황치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