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석이 석탄으로 둔갑
[213회 이달의 기자상]지역취재보도부문/삼척MBC 최재석 기자
삼척MBC 최재석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7.23 15: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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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MBC 최재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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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석이 벨트 컨베이어를 타고 들어가 석탄으로 둔갑하는 현장 화면을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잡석을 섞어 국고보조금을 횡령한다”는 그동안 떠돌던 말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공기업인 석탄공사가 별도의 운반라인까지 만들어 석탄에 돌가루를 섞어왔던 것이다. 하루 평균 1백톤씩, 2003년 이후 석탄이 아닌 돌가루에 수십억 원의 국고보조금이 나갔다.
‘국고보조금은 보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었다. 1천7백 명이 넘는 종업원이 일하는 회사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장기간 계속될 수 있었을까.
작업이 일반인들은 접근할 수 없는 지하 수백 미터 채탄 막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고보조금을 더 타내도 나랏돈이 새는 것 말고는 누구하나 손해 보는 사람이 없다.
이처럼 구조적인 비리에는 공기업인 석탄공사 노조가 깊숙하게 개입돼 있었다.
노조는 하청업체 선정에도 전권을 휘둘렀다.
보도가 나간 뒤 감사원이 현장 감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
더 이상의 국고 유출을 막게 됐고 과분한 상까지 받게 되었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태백시의 인구는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80년대 12만 여명을 헤아렸으나 이제는 5만 여명에 불과하다.
문제를 일으킨 석공 장성광업소도 4천여 명이었던 종업원이 1천6백 여 명으로 줄었다.
더구나 채탄조건이 나빠지면서 폐광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이 자주 나오고 있다.
석공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태백시의 지역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개인적인 고민은 이 기사로 인해, 폐광이 앞당겨 지지나 않을까. 지역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소금은 짜고 고춧가루는 매워야 하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다. 하지만 지역 주재기자는 지역의 아픔도 외면할 수 없다.
턱없이 오른 기름 값 때문에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유일의 부존 에너지 자원인 석탄 산업이 새 전기를 맞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