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피해보상 제대로 받자

[213회 이달의 기자상]기획보도 신문부문/서울 정은주 기자


   
 
  ▲ 서울신문 정은주 기자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비공식 회의장. 국제기금 사무국과 회의하던 우리 정부 대표단은 서울신문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IOPC기금이 보상한 해외 기름유출 사고가 한국 언론에 자세히 소개됐습니다. 피해 어민들은 국제적 기준을 이해하고, 그 이상을 보상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태안 기획기사가 IOPC기금과의 협상에서 도움이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취재원과의 약속을 조금이나마 지켜냈다는 기쁨에.

지난 1월 태안 주민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으며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자원봉사자의 물결이 태안을 뒤덮었지만, 정작 주민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 피해 보상 과정에 절망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은 IOPC기금에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부담금을 내고 있지만, 피해 보상금은 ‘쥐꼬리’ 수준이다. 유럽은 피해 청구금액의 60∼80%를 받지만, 우리나라는 15% 안팎만 보상받고 있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상금을 많이 받아내는 그들의 노하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으로 해외 취재의 길에 어렵지 않게 올랐다.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 프랑스 파리와 브레스트, 스페인 산티아고와 라코루냐 등 세계 대형 기름 유출 사고 현장을 2명이 8박9일 동안 누볐다. 정부 관계자와 피해 주민, 환경단체, 변호사, 기자 등을 만나 피해 보상 과정을 취재했고 그들의 성공 전략을 4회에 걸쳐 시리즈에 담았다.

이명박 특검과 삼성 특검이 ‘쌍끌이’로 진행되는 사회부 법조팀에서 해외 취재를 기획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 무모하고 이기적인 도전을 법조데스크와 선후배, 동기들이 가능하게 했다.

IOPC기금의 피해보상 절차와 국내외 법원 판례 등을 꼼꼼히 설명해준 김성수 변호사도 빼놓을 수 없는 후원자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날아온 낯선 기자들에게 기꺼이 시간과 정보를 내준 해외취재원 50여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태안 주민들이 제대로 피해 보상을 받도록 언론이 힘을 보태라고 그들은 당부했다. 그 약속을 지킬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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