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협상 관련 보도

[213회 이달의 기자상]취재보도부문/경향 강진구 기자


   
 
  ▲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  
 
참으로 힘겹게 지나온 한 달이었다. 한미 쇠고기협상이 전 국민적인 촛불로 타오르던 지난 5월 내내 광우병 속에 파묻혀 지낸 것 같다. 정부의 각종 보도자료, 미 연방관보의 동물사료 금지조치와 미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수출입 규정, 전미 목축협회(NCBA)의 쇠고기 수출로비,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세계 1백17개 국가의 개별 수입조건 등등.

천성이 깔끔함과 거리가 먼 성격 탓에 내 책상에는 그날그날 기사를 쓰는 데 참조하고 아무렇게나 쌓아둔 자료들이 뒤죽박죽 엉켜 이제는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큰일이 되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횡돌기, 극돌기 등 우리말로 해석해도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전문용어와 씨름하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숱한 우여곡절 끝에 5월 한달 간만 오관철 기자와 함께 1면톱, 사이드 등 20건의 단독기사를 발굴했다. ‘광우병 여러 건 발생해도 수입 못한다’(5월5일자), ‘미국 소 한해 40만 마리 광우병 유사증세보여’(5월7일자) ‘사료금지조치 미관보-정부 설명 다르다’(5월10일자) 등 처음 며칠 동안은 기사가 나올 때마다 농식품부에서 ‘반박자료’를 쏟아내며 거칠게 태클이 들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농식품부에서도 ‘막무가내’로 판단한 듯했다. 대신 평소 안면이 있는 농식품부 공무원들은 “강기자 노력은 갸륵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상대가 미국이고 이미 양국대표가 서명까지 마친 협상내용이 달라지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나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를 채찍질한 게 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지만 연일 관심 깊게 경향신문 보도를 보고 있다는 강원도 원주에 사는 한 30대 어머니의 간곡한 전화통화였다.

이후 ‘세이퍼 미 농무장관의 육성녹음입수’(5월20일자),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의 인수위시절 증언’(5월21일자), ‘농림부 인수위 보고서 단독입수’(5월22일자) 등 한미 FTA를 둘러싼 ‘졸속협상’의 뿌리도 추적해냈다.

하지만 결국 원주에 사는 그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정부는 6월24일 수입재개를 위해 고시 관보게재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공교롭게 바로 그날 필자는 기자협회로부터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말이다. 기자상을 받는 필자는 그래서 한없이 무겁고 죄송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