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융합과 미디어 소유·겸영 규제 문제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7.09 18: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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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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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미디어 시장에도 산업활성화를 위하여 현행 미디어 소유 및 겸영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측과 미디어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규제완화에 반대하는 측의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이 중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신문과 방송의 교차 소유 및 겸영의 허용여부이다.
현행 신문법 제15조 제2항에 따르면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의한 뉴스통신은 상호 겸영할 수 없으며, 방송법에 의한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겸영할 수 없다. 만일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여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의 겸영, 일간신문과 방송사업의 겸영, 그리고 뉴스통신과 방송사업 등 세 가지 유형 모두 금지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한도 내에서 제한적으로 미디어의 소유·겸영을 금지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겸영이 초래할 언론 독과점의 폐해나 언론의 다양성 훼손에 대한 평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고, 구체적 겸영 양태에 따라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다. 신문·뉴스통신·방송은 그 기능과 특색이 상이하므로 동일한 사업자가 다른 종류의 미디어를 겸영한다고 해서 반드시 언론이 특정 집단에 의해 독점되거나 언론의 다양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한 미디어의 교차소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규정들은 언론의 집중 내지 시장지배력의 효과를 고려하여 선별적인 통제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
둘째, 지상파방송의 엄격한 진입규제 규정의 완화 문제이다.
지상파방송은 가장 대표적이고 강력한 미디어이므로 특정 집단에 독점될 경우에는 여론의 왜곡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방송법에서는 이 점을 고려하여 언론의 다양성 보장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1인 지분을 30%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상법이나 관련 법들에 1인 지분 제한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규정들이 존재하므로 규제의 실효성이 없으며, 특히 지역민방의 경우 미디어의 종류가 다양화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보면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이 대폭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1인 지분을 엄격히 제한하는 규정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셋째, 공영방송인 KBS2나 MBC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문제이다.
현재 KBS2와 MBC는 공적재원에 의해 설립되었으나 광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아래 정권교체기마다 권력과 끊임없이 KBS2를 폐지하고 MBC를 민영화하는 방안이 제기되어 왔다. 현재도 신규로 미디어시장에 진입하는 통신사업자 등은 미디어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소위 ‘수평적 규제’를 이유로 지상파방송사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하게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공영방송사를 반드시 민영화하는 것만이 경쟁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고 본다. KBS2나 MBC가 갖는 공정한 여론 형성의 장으로서의 기능에 비추어 무조건적인 민영화보다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되 종합편성 채널이나 보도전문 채널을 확대하고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들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미디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판단이 어렵더라도 헌법 원칙을 준수하면서 경쟁을 유도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미디어의 특성상 일단 규제가 풀리고 나면 다시 돌이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 방안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는 안 된다. 총리가 민영방송사, 신문, 잡지, 출판 등 다수의 미디어를 소유하고 국민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