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미석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현장확인 중요성 일깨워

212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4월에는 검증 및 비리 고발 보도가 특히 많았다. 뜨거웠다. 기사들도 그랬지만, 심사위원회의 논의도 뜨거웠다. 모두 39건(특별상 포함)이 출품돼 10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모두 8편이 출품된 취재보도부문에선 강부자-고소영 내각 검증을 다룬 두 작품을 비롯해 모두 4편이 결선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한겨레 24시팀(최현준, 하어영, 길윤형 기자)의 ‘박미석 청와대 수석, 자경확인서 조작 제출’ 한편만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발품을 팔아 박미석 수석이 제출한 자경확인서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내 박수석의 퇴진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시 한 번 현장 확인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김병국 수석 등의 재산을 검증한 KBS 탐사보도팀의 작품과 문화일보의 ‘양정례 당선자 허위경력 및 특별당비’ 기사 역시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아깝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신문 부문의 ‘무용계 말도 안되는 논문들’(국민일보 이도경, 김아진 기자)은 무용계 학위논문의 충격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인전을 방불케 하는 지도교수에 대한 상찬이 학위논문으로 통과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고발은 충격적이었다. 중앙선데이 특별취재팀의 ‘외교한다고 南美 간 의원들-마추픽추 관광은 필수 코스’는 그동안 많이 다뤄진 소재라도 어떻게 ‘접근’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의원 외교 활동의 제도적 개선문제 까지 다룬 폭넓은 시야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송 기획보도 부문의 KBS 나신하 기자와 신동곤 기자의 ‘시사기획 쌈-교회, 정치에 길을 묻다’는 시의적절한 기획으로 개신교계와 정치와의 연계 관계와 이에 대한 교계의 시각을 교회 관계자들과의 밀착 인터뷰를 통해 잘 포착해냈다. 전달력과 호소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완성도에서 조금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역취재부분에서는 ‘부산’에서 수상작 두 작품을 모두 냈다. 동아대 총장 비리를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의 ‘동아대 총장 비리및 감사 보도’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동아대의 ‘총력로비’를 뚫고 4개월 이상 집요하게 파고든 기자정신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부산MBC 박상규·조영익· 김효섭 기자의 ‘어청수 경철청장 동생, 성매매 호텔 운영’ 보도는 그 파장이 컸던 만큼이나 심사위원들의 논의도 뜨거웠다. 어청수 경찰청장과의 연관 정도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적지 않았지만, 용기있는 권력형 비리 의혹 보도라는 점에 다수 위원들이 손을 들어주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 수상작인 ‘나비, 곤충 세상을 깨우다’는 KBS 광주방송 천명범 기자(박도민 기자 공동수상)의 유작이 됐다. 곤충을 이용한 친환경농법 등 곤충의 산업화라는 이색적인 주제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 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사진기사 ‘돈 공천 의혹 양정례, 뒷구멍 소환’(이동훈 뉴시스 사진부 기자)은 취재진을 피해 중앙지검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는 양정례 당선자와 모친을 잡은 한 컷이 사건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양당선자 등에 대한 범죄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양 씨 모녀를 범죄인 취급하는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역시 전문보도 부문에서 수상한 ‘한국 최초 우주인 관련 그래픽뉴스 특집’(연합뉴스 전승엽, 김토일, 박영석 기자)은 알기 쉽고 뛰어난 그래픽이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그래픽 수상작이라는 점에서 기념비적이다.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예심 때 일부 심사위원들의 발의로 추천된 PD수첩 ‘광우병 보도’를 만장일치로 특별상에 선정했다. 시의적절한 기획과 보도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무엇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의 부당한 공격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후속편 등을 제작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저널리즘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기자상 심사위원들은 국민의 알권리에 앞장서야 할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되레 뉴시스의 양정례 당선자 검찰 출두 사진 보도 등을 가로막고 나서는 등 기자 본연의 역할과 의무에 역행하는 듯 한 행보에 우려를 표명했다. 나아가 기자사회가 보다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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