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명박' 현상


   
 
  ▲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요즘 나라가 어쩐지 뒤숭숭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다. 미국산소 광우병 파동은 과학자들조차 시원스런 정답을 얘기 못하고 있는 사이, 권력층과 시민, 그리고 보수와 진보간의 불신으로 가득찬 정파적 다툼만 맹렬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원인규명이 안된 채 전국 곳곳에서 출몰하고 있다. 국제 유가와 곡물가는 급등하고 있고 국내 경기는 이렇다할 해법을 못찾고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초등학생의 집단 성추행 사건과 같은 도덕 사회의 붕괴 조짐도 들린다.

사람들은 불안하고 위기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위기의식은 기실 불안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광우병이나 AI, 유가 급등, 경기하락 등은 우려는 될지언정 그것 때문에 곧바로 위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위기의 원인을 알면 그것은 이미 위기가 아니다. 진정한 위기는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모를 때, 또는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를 때 찾아오는 법이다.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이 느끼는 위기는 동시다발로 터지는 사건과 현상들을 누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답답하고 막막한 심정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것은 새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 위기와 직결된다. 이명박 정부는 사건과 현상, 이슈를 제대로 처리하고 관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심지어 정부가 스스로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실수를 범하기고 한다. 마땅히 믿고 기댈 곳이 없어진 국민들은 그래서 삼십 퍼센트를 밑도는 대통령 지지도로 리더십 부재를 경고하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리더십 부재 현상은 여러 측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그것과 닮아 있다. 특히 리더십 위기의 원인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통치 스타일과 언론 관계 문제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양극단에 서 있지만 대통령 지지도에 스스로 생채기를 내는 방식에 있어서 너무나 닮아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의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를 ‘노명박 현상’으로 명명할만 하다.

노무현 정부의 많은 문제들은 언론, 특히 조중동 보수 신문과의 적대적 관계에서 비롯됐다. 대통령으로부터 처음부터 적대시 당한 보수 신문들은 처음부터 그리고 거의 시종일관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했다. 초기 대통령과 언론간의 밀월관계도 없었고, 노 대통령의 솔직하고도 거친 언사는 맥락으로 보면 옳은 말이 많았지만 보수 신문들에 의해 정치적 실언으로 보도돼 대통령 지지도를 형편없이 하락시키는데 일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비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훨씬 좋은 언론 환경에서 출발하고 있다. 영향력있는 보수 신문들이 위기 상황에서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고, 방송은 다소 비판적이라 해도 원래 그래왔던 것이며, 진보 신문들의 비판 논조는 노무현 대통령의 직면했던 보수 신문들의 공격에 비하면 영향력과 비판의 강도에서 충분히 견딜만 하다.

요즘 대통령과 언론이 밀월관계도 없다고 하지만 보수 신문들의 대통령 보도는 여전히 우려와 이해, 애정이 충분히 배어난다.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고 그렇게 해서 떨어진 지지도를 다시 질타하고 공격했던 보수 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을 걱정하고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들을 충고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런 보수 신문의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 된다.

노무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는 국정 이슈를 장악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말은 관리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잘못된 말의 꼬투리는 정파적 상업주의 언론의 기사감이 되고 반대 정파의 정치적 공격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것은 정파적 언론과 분열된 정치를 살찌우게 될지 몰라도 국가지도자로서 대통령의 제도적 위기, 나아가 국가와 국민의 위기를 초래한다. 여러 가지로 전임자와 단절을 시도하다 전임자를 학습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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