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어린이·청소년' 책임있게 다뤄야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5.08 09: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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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진 미디어미래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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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유원지에는 행락 인파가 몰렸고, 되돌아가느라 고속도로는 장사진을 이루는 연례행사와 같은 일이 어김없이 이번에도 있었다.
어린이날이 없는 나라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별도의 어린이날이 있는 국가이다. 그렇다면 특별히 어린이를 더 위하는 사회인가? 아마도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중파방송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은 사라져 가고 수많은 실종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도 아니하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날로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다 할 보호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어김없이 돌아온 2008년의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우리는 무슨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때마침 들려온 대구 어린이 집단 성폭행 사건 소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과 진단이 가능하겠지만, 그 문제를 전달하는 미디어도 근본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아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기보다는 미디어가 환경이 된 현실에서는 가장 많은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방송에서는 누가 나와도 ‘섹시’라는 단어가 최고의 미덕처럼 언급이 되고, 인터넷에 가면 신문의 홈페이지에서조차 낯뜨거운 사진이나 영상물들이 마구 넘쳐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인터넷은 어린이들이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책임을 사업자 입장에서만 보면 부모의 책임으로 돌릴 수도 있다. 부모가 잘 감독하면 유해한 콘텐츠를 안볼 것 아니냐 하는 식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부모가 유해한 정보로부터 아이들을 완벽히 지켜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자유를 준다는 명분으로 적절한 규제를 하지 못한다면, 정부로부터 가정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자들은 자유를 논하기 이전에 자신의 행태를 되돌아봐야 한다.
일개 사업자가 아닌 사회 공기로서의 기능이 있는 한, 그에 걸맞는 책임윤리의식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의식에 걸맞는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 매체 스스로 자정을 하지 못한다면 타율적 규제는 불가피하다. 이번 집단 성폭행 사건 보도를 접하면서 막연한 보편적 책임론이나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식의 보도행태는 오히려 무책임을 강변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쯤 되면 미디어 정책은 단순 네트워크 정책이나 단순 서비스 정책이 아니라 네트워크 전반에 흐르게 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먹고 마시는 물과 같은 콘텐츠, 반드시 먹을만해야 하고 유해하지 않아야 한다. 상당히 봉건적인 국가라고 하면서 어린이TV법 하나 없는 국가. 각종 미디어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체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국가. 이 모든 것이 진정 어린이를 위하지 않는 풍토에서 나온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다. 청소년은 우리의 내일이다. 이들이 제대로 성장하는 데는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 전반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세대라고 언급될 정도로 매체 행위가 빈번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해 미디어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단순히 도덕적 구호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는 규범과 제도를 성숙된 미디어라면 선도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는 미디어에게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존재로 다뤄져서는 안된다. 정보를 다룸에 있어서 하나의 기준으로서 다뤄져야 한다. 모든 미디어가 돌아오는 어린이날에는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바로 그 어린이며 피해자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