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결함
[지역 취재보도부문] 광주MBC 박용필 기자
한국기자협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8.04.25 09: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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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MBC 박용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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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라는 장치에 관한 취재였다. 제보를 한 시각장애인을 따라가 현장을 확인하니 실제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자칫 시각장애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서는 달라질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가려주어야 그나마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언을 구할 전문가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소한 전파공학에 관한 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업체와 발주처 조달청 국가인증기관과 사설인증기관 시각장애인단체의 이권과 책임소재가 얽혀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다.
하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다. 결국 제조업체 간 알력 다툼의 틈에서 장치의 성능결함에 대해 알아냈고 제도의 허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보도가 사회적으로 끼친 파급효과는 솔직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품질 인증 체계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명감에 불타는 보도였던가? 그도 아니다. 두 눈이 보이는 내가 눈이 안보이는 이들의 불편과 고충을 진정으로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좋은 보도, 특종에 대한 욕심, 그리고 일반인으로써의 양심 정도를 가지고 취재에 임했다는 게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오히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힘겨운 싸움을 불사한 제보자가 더 사명감에 불타는 투사였다. 제보자와 기자로 만나, 결국 친구가 된 그 시각장애인과 취재를 함께한 이정현 카메라 기자와 스텝들, 그리고 무모한 시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선배들께 이 영광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