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창사 44주년 특별기회 [흙] 2부작' 취재후기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대구 MBC 보도국



   
  ▲ 심병철 대구MBC 보도국 차장대우  
 
“천 년 전에 묻힌 씨앗도 싹을 틔울 수가 있어요. 흙은 바로 지구상 식물들의 종자은행이니까요” 나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천 년 전에 매몰된 종자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친분이 있어서 계명대학교 김종원교수를 잘 알고 있고, 그분이 절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김 교수의 말은 계속 됐다. “종자은행으로서 흙의 기능은 생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다만 싹을 틔울 수 있는 종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에요.” 나는 김 교수와 수 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눈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휴면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워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우연찮게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하게 된 취재진은 흙의 종자은행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흙이 지구의 물질순환에서 아주 중요한 매개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재앙인 지구온난화도 단순히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 때문이 아니라 탄소순환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도시화와 산업화로 탄소순환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국내외 자연과학자들은 땅 속에 보관돼 있어야 할 탄소가 대기 중에 많이 노출되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빚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건강한 흙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길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번 취재를 통해 그 동안 흙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를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뻤다. 이제까지 흙은 단순히 농업의 터전이자 생명의 공간으로만 인식돼 왔다. 물질순환의 매개체라는 흙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흙이 지구온난화 해법의 희망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취재진은 또한 천 백 년 전에 우포늪 바닥에 매몰된 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우는 일에 성공함으로써 흙이 매우 중요한 유전자원의 보고임을 입증해 냈다. 가치 있는 새로운 사실을 알리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데 언론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프로그램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보도국장과 보도제작부장 그리고 모든 보도국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심병철 대구MBC 보도국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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