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승자여야 하는가?




  현대원 교수  
 
  ▲ 현대원 교수  
 
커뮤니케이션 정책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앞 다투어 관련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과거 정치 사회 경제 정책의 하위 개념에 머물렀던 커뮤니케이션 정책들이 국가 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커지면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정책에 대한 수많은 논쟁들의 종착역은 과연 누가 승자이며 누가 패자인가 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새로운 플랫폼과 서비스들이 무서울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결국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가 정책의 목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최근의 DMB로 시작되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IP-TV 그리고 WiBro로 이어지는 큰 흐름 속에서 방송산업과 통신산업 간의 패권 싸움으로 확대 해석되기도 한다.



방송 진영에서는 통신재벌의 간접적인 방송진출에 대한 거부감이 꽤나 커 보인다. 전체 산업 규모로 볼 때, 통신산업의 매출규모는 방송산업에 비해 다섯 배나 크다.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통신재벌의 방송업계 지배력 강화라는 방송계로부터의 비판이 괜한 엄살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통신산업의 방송 진출이 결국 이익 추구에 길들어져 온 통신사업자들의 상업논리에 방송의 공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임을 강조한다. 결국 플랫폼 사업에 콘텐츠 산업은 예속되고, 방송사들은 한낱 일개 PP로 전락할 것이라는 심각한 위기감을 토로한다.



반면에 통신 진영에서는 신규투자를 통한 산업 활성화의 논리를 앞세운다. 한류를 비롯해 우리 콘텐츠 경쟁력의 확대를 통한 국가적 차원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방송산업에 통신산업의 거대 자본이 투여됨으로써 국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DMB나 WiBro처럼 단말기 기반의 이동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통신 산업의 노하우와 자본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재난방송 및 난시청 지역 해소에 기여하는 등 기존 방송사업 영역을 보완하며, 국제적으로는 위성궤도 및 국제 주파수 확보라는 측면에서 통신산업의 방송 겸영은 방송 통신 융합 환경의 시대적 요청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상반된 입장의 논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해결 방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또 다른 주요 주체가 빠져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승자는 결국 소비자들이 결정한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이용할지 또 언제 이용할지 어디서 이용할지를 결정하게 되며, 이런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질적 양적 측면에서 양질의 경쟁력을 갖춘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런 결정권을 지닌 소비자들이 오히려 방송과 통신 양측 모두에게 느끼는 불신과 불만이 늘어간다는데 있다. 일례로, 간접광고의 지나친 상업성과 판에 박은 스토리들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마음은 시청률로 위기의 방송사들을 옥죄고 있다. 통신사들에 대해 끊임없이 요금 인하를 외쳐왔던 소비자들의 불만은 결국 요금담합으로 인한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추징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어떤 커뮤니케이션 정책이 가장 바람직한가 라는 원론적 질문에 대한 답은 소비자들을 중심에 두는 정책, 그리고 소비자가 최후 승자가 되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공익적이고 경쟁에 효율적이며 동시에 시장원리에 충실한 정책의 수립은 결국 소비자를 항상 그리고 가장 먼저 고려하는 시장중심의 접근에서 출발한다는 단순한 진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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