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미주총국 개설 '기대반, 우려반'
편집위원회 | 입력
2005.10.05 09:44:09
연합뉴스가 오는 12월 국내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미주총국을 개설할 예정이어서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용어마저 생소한 연합의 미주총국은 특파원을 비롯 영문뉴스 카피 리더와 행정 보조직원을 포함 총 9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연합의 이러한 방침은 현재까지 외국에 특파원을 한 명도 파견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종합 일간지나, 많아야 10명 내외의 특파원을 파견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 특히 최근 들어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언론사들이 해외 취재망을 대폭 축소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다른 국내 언론사들의 부러움을 한꺼번에 사고 있다.
이같이 열악한 언론계 상황으로 미뤄볼 때 연합의 미주총국 출범은 한국 언론사(史)에 획을 긋는 중대사안으로 평가되지만 오히려 ‘만시지탄’(晩時之嘆)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주총국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멕시코시티, 상파울로 주재 특파원 및 통신원의 운영을 총괄하며 한국과 밤과 낮이 바뀐 시간대에 벌어지는 미주지역의 주요기사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측은 “해외 유수의 통신사들이 모두 총국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등 장기적으로 이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히고 미주총국을 운영해본 뒤 향후 중국과 유럽으로 총국체제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국력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국내 언론사의 해외 취재망을 확대 증편해야 한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한국인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해외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우리의 이야기’를 외국인의 손끝에만 맡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사실. 하지만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동남아 국가들의 통신사에 비해서 초라하기 짝이 없는 연합뉴스의 해외 취재망으로 이러한 시대변화와 국민들의 욕구를 감당하기에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연합 미주총국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기대감을 안고 출범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언론계에서는 국내 언론구조의 근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연합뉴스가 최근 경영난에 직면한 다른 언론사 경력 기자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했던 사실을 들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해외 취재망의 확대도 이처럼 마구잡이식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애정섞인 우려를 던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어권을 제외한 지역으로 파견되는 특파원의 경우 현지 언어와 지역사정을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 채 비행기에 몸을 싣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합뉴스 경영진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연합뉴스의 해외취재망 증편과 국내 경력기자 영입이 국고지원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해외취재망을 확대하기에 앞서 사원 재교육이나 연수프로그램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스스로 대답해 봐야 한다.
연합뉴스가 모처럼 의욕적으로 출범시키는 미주총국이 단소리 쓴소리 모두 모아 한국 언론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