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과 언론보도
편집위원회 | 입력
2005.09.14 09:23:11
X파일 공개 여부를 놓고 한국 사회의 갈등은 여전하다. 언론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매주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X파일 공개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열고 있으며, 국회 법사위에는 X파일 특별법과 특검법 안이 동시에 상정돼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X파일 공개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에 대해 언론은 이렇다 할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올해 초 X파일을 처음으로 입수한 MBC는 보도 여부를 놓고 멈칫거리는 태도를 보였으며, 대부분의 언론사들도 X파일의 실체를 제대로 추적하는 보도를 내놓지 못했다.
X파일 관련 도청수사가 진행 중인 지난 8월 이달의 기자상(제179회) 취재보도 부문에서 조선일보의 ‘국가기관의 유력인사 상대 조직적 불법도청 공작’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초 MBC에서 먼저 취재했으나 ‘보도하지 않는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라는 심사위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X파일 공개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수세적 입장을 취한 MBC와 달리,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을 거꾸로 뒤집어 봤다. 도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X파일을 만들었는지를 추적 취재한 것이다. 취재와 보도 양면에서, 법적인 문제를 비껴가면서도 이번 사건의 한 가지 핵심을 찌르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X파일의 사건의 본질은 불법도청 문제와 재벌의 정치권력에 대한 불법로비 의혹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기관의 불법도청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는 이미 구체적으로 이뤄진 상태이며, 검찰에서는 국정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에 상당한 진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X파일 사건의 또 하나의 본질인 재벌의 정치권력에 대한 불법로비와 관련된 의혹들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런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는 X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조계와 언론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1년 미국 ‘바트니키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례를 들어, 불법으로 도청한 내용을 언론사가 입수해 보도하더라도 언론의 자유가 더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X파일과 관련된 보도를 보면, 정치자금을 헌납하고 일종의 특혜를 받는 과거 정경유착의 수준을 뛰어넘어 특정 재벌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선까지 정경유착의 수준이 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돈으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 근간을 교란시키려는 특정 재벌의 로비의혹을 적극적으로 규명하는 일에 언론이 제3자처럼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제 X파일이라는 퍼즐의 조각들을 온전히 맞춰내는 일은 시간문제로 남겨진 것 같다. 그동안 한국 언론은 비판하기는 좋아했지만, 스스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 적이 별로 없다. 국민의 알 권리는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고 더 나아가 자유 언론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선택을 내려할 기로에 한국 언론이 서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