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유료화는 공익에 반하나?




  현대원 교수  
 
  ▲ 현대원 교수  
 
왜 이리도 힘든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몇 차례나 그 시기를 늦추어왔던 지상파DMB가 사업자 선정 이후에 또 다시 중계망 구축과 단말기 보급이라는 복병을 만나 산고의 고통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8월 말에야 가닥이 잡힌 해결 방안을 보면 더더욱 힘이 빠질 지경이다.



지상파DMB가 결국 무료화 쪽으로 정리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사업포기를 선언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안정적인 방송망 구축을 위해 가입자당 1천∼2천원 정도의 한시적 방송발전기금을 조성하려 했던 최소한의 현실적 노력들이 무료라는 맹목적 이상주의에 밀린 것이다.



사업자 선정 이후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지상파DMB의 발목을 붙잡은 주요 이슈는 아마도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과 이에 대한 비용의 문제이며, 이는 표면적으로 지상파DMB의 유료화 논쟁으로 포장되곤 했다. 문제는 논쟁의 핵심에 종종 등장하고 자주 언급되는 공공성과 공익성 또는 보편적 서비스가 과연 유료화와 충돌하는 갈등 개념인가 하는 점이다.



방송통신 산업에 대한 규제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신문 인쇄매체의 전통적인 비규제 모델, 방송산업에 적용되는 전파라는 공공자산의 수탁 관리 모델, 보편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공공 통신사업자 모델, 그리고 방송사업과 통신사업의 모델이 섞여있는 형태의 혼합형 케이블 모델이 그것이다.



지상파DMB의 경우,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접점 지역에 있는 최초의 퍼스널 미디어이자 새로운 개념의 매스 미디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휴대단말기를 통한 콘텐츠와 서비스의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통신 사업 측면의 요인들이 중요 변수로 작동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그 내용적 측면에서 기획 제작 편성 그리고 송출이라는 방식에서 볼 때는 방송 사업으로서의 성격이 지배적임을 알 수 있다.



방송의 공공성 또는 공익성 모델로 접근을 하든, 아니면 보편적 서비스라는 통신 모델로 접근을 하든지 간에, 지상파DMB가 반드시 무료여야 한다는 철학적 또는 실제적 근거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매체의 특수성과 거시적인 방송통신 산업의 진화 방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초기에 수사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방송의 공익성 확대를 위한 방송의 무료 원칙에 묶여 소모적 논쟁에서 헤어나지 못함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모든 국민들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채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 원칙이나 또는 방송의 공익성 개념은 결국 환경의 기술적, 경제적, 규범적 변화에 따라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지상파DMB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방송 플랫폼에 대해서는 진화된 차원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런 점에서 1996년도 미국의 통합방송법에서 규정하는 보편적 서비스의 정의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의미해 보인다. 우선 질 좋은 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되어야 하며, 둘째로 어느 곳에서도 진화된 높은 수준의 서비스에 접근 가능해야 하며, 셋째로 지역 격차나 소득 격차와 같은 디지털 정보 격차가 발생되지 않도록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질 좋은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합리적 가격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상파DMB가 무료라는 억지 틀 속에 놓이게 되면서 생기는 음영지역 해소와 방송의 안정성 문제,



그리고 소외지역과 계층을 위한 적극적 지원의 문제 등이 이제 심각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료여야 하기 때문에 수돗물 대신 우물물을 퍼 대고 고속도로 대신에 털털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다니는 경우와 같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도 또 고가의 단말기를 사게 되는 소비자 어느 한 편도 만족시켜주지 못하는 무료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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