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제공, 지혜가 필요하다

KBS와 MBC 등 대표적인 지상파 방송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들과 제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포털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네이버와 미디어다음이 최근 KBS와 MBC에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제안한 것이다.



거대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기존 언론사 가운데 마지막 남은 KBS, MBC와 뉴스 서비스 제휴에 나선 것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스포츠신문 등 기존 신문의 뉴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다. 또 얼마 전부터는 SBS, YTN 등 방송사와도 계약을 맺고 뉴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언론사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KBS, MBC마저 포털사이트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양쪽의 이해관계 속에 제휴 협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선 지상파 방송은 갈수록 줄어드는 뉴스의 영향력을 포털사이트를 통해 끌어올릴 필요가 있고, 포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 공영방송사를 온라인 세계로 끌어들여 몸집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두 집단의 제휴 협상은 급격한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당사자인 KBS와 MBC의 태도다. 두 방송사는 과거 신문매체가 보여줬던 구태의연한 협상 방식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 KBS는 네이버와의 협상에서 ‘9시 뉴스’ 등 3개 뉴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되, 주요뉴스를 뺀 나머지 뉴스 목록을 KBS가 직접 관리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포털에서 뉴스 제목을 클릭하면 KBS 사이트로 직접 이동해 기사를 읽는 방식이다.



MBC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과거 일간신문처럼 포털사이트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포털사이트와의 제휴가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하겠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면 종합일간지들처럼 프로그램 공급자(PP)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종합일간지 등 이미 포털사이트와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은 헐값을 받고 뉴스를 통째로 포털에 넘겨주거나, 자존심을 팽개치고 아예 공짜로 제공한 경우도 있었다. 매체환경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언론사들은 뒤늦게 온라인 매체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는 수지가 맞지 않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점에서 자사 뉴스의 포털사이트 진출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KBS와 MBC의 태도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기대지 않고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온라인 매체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유력 신문 뉴욕타임즈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편집국을 통합하기로 한 것을 우리 언론은 유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즈는 10여년 전부터 온-오프라인의 통합을 준비해왔다고 한다. 실제 맨해턴의 다른 건물에 입주해 있는 뉴욕타임즈닷컴은 기자만도 150명에 이르고, 뉴욕타임즈 기자들도 마감시간과 관계없이 어떻게 하면 자신이 쓴 기사가 인터넷에 빨리 오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인터넷 선진국이라는 우리의 매체 환경도 이미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웹 기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기존 언론사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지금부터라도 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에 착실히 대응해 ‘뉴스전달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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