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는 '엠바고' 악순환

전문가들 "기자사회 중지 모아야"

‘불량만두’ 사건 이후 기자사회가 또 한번의 엠바고 논쟁에 휩싸였다. 뚜렷한 대책은 없고 중요한 사안이 생길때마다 불거지는 엠바고 논란은 과거 수많은 사례를 보더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엠바고와 관련된 논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은근슬쩍’ 기자단 내부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사례도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달 12일 동아일보 1면 톱기사 ‘검찰, 예비역장성 3명 수사’다. 이후 법조 기자단이 해당기자를 포함한 동아 기자들의 법조기자실 2주 출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올해 2월에 발생한 중앙일보 ‘장기복제’ 관련 기사는 국제적인 엠바고 파기로 파문이 일었던 사례다. 중앙일보 2월 12일자 1면 ‘장기 복제 길 한국인이 열었다’란 기사는 당시 연구팀이 미국 ‘사이언스’지를 통해 먼저 발표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중앙 홍혜걸 기자가 하루먼저 보도함으로 인해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례다. 당시 홍 기자는 과학기자협회로부터 자격정지를 받았고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엠바고는 주로 사건·사고와 관련된 법조·경찰기관과 기자단간에 자주 발생하지만 정치, 경제 등 대형 특종을 다투는 분야에서도 잠재해 있다. 그러다보니 조간신문과 석간신문 간의 엠바고 마찰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겨져 있는 것이 현실.

우리나라 기자들이 엠바고를 둘러싸고 한창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99년에도 문화일보의 주장은 당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문화는 1999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후속조치 12건을 조간용 기사로 엠바고를 걸어버린 것과 관련해 불합리한 처사라고 규정, 이후 본격적으로 엠바고 거부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리실, 청와대 기자단은 문화일보 기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고 문화노조와 공보위를 중심으로 편집국 전체로 한국언론의 불합리한 엠바고 관행을 개선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문화는 결의문 발표와 더불어 엠바고 룰은 기자단의 전원합의를 전제로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집단이기주의에 입각한 자의적 엠바고 설정에는 분명한 어조로 ‘거부의사’를 천명한다 등의 내용을 포함해 10개 항목에 걸처 ‘엠바고 개선을 위한 준칙’을 발표했다. 이것을 계기로 당시 엠바고와 관련된 학자들과 현업종사자들간에는 많은 토론이 진행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황용석 교수는 “언론사별로, 기자단별로 엠바고 기준이 있다하더라도 사실검증과 공중의 이익에 기반한 뚜렷하지 않은 기준은 계속해서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며 “기자사회 전반에 걸친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일정한 룰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차정인 기자 차정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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