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멘트와 뉴스 화면이 다르게 방송된 MBC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전신)가 내렸던 법정제재가 취소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 체제에서 내려진 MBC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방미심위에서 취소된 첫 사례다.
방미심위는 11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과거 2023년 6월8일자 MBC ‘2시 뉴스외전’에 대한 재심을 인용하고 법정제재 ‘주의’ 처분을 취소했다. 방미심위는 이를 대신해 행정지도인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방송사 재허가 및 재승인시 감점 사유로 작용하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와 달리 행정지도는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당시 방송에선 김의철 당시 KBS 사장의 기자회견 현장영상이 나왔는데 자막에는 “윤 대통령 ‘반도체 경쟁력은 산업 전쟁, 국가 총력전’”이 송출되고, 아나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며”라고 말해 현장 영상과 앵커 멘트가 불일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MBC는 이후 홈페이지 다시보기에 “6월8일 방송 과정에서 단신이 섞여서 전달된 일이 발생했다. 이에 뉴스외전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수정하였음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이날 회의에선 MBC 보도에 대해 8명의 위원 중 7명이 재심에 동의했고, 이 중 5명이 ‘의견제시’ 입장을 밝히면서 최종 의결이 이뤄졌다. 배우자가 MBC 보도본부 소속인 김민정 방미심위 부위원장은 안건을 회피했다. 김 부위원장은 4월28일 방송소위원회에서 “방미심위의 최종적인 판단이 있을 때까지 MBC 프로그램 심의를 포괄적으로 회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방미심위 위원들은 당시 방송 사고에 대한 제재 조치가 과도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여권 추천인 김준현 위원은 “지체없이 사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수정이 됐고, 그 방송을 보신 분들은 화면과 멘트가 다르게 나가니까 ‘당연히 이건 실수가 있었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었을 것 같다”면서 “이에 따라 처벌을 받기엔 심의규정 위반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정제재 수준보다는 의견제시라던지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이 어떨까”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권 측에서 추천한 김일곤 위원 역시 “생방송 사고가 날 때마다 우리가 심의위원회에서 다뤄야 하냐,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서 “의도를 가지고 한 게 아니고, 어떠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사고는 그 방송사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다. 저는 사과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권고 정도의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여권 추천 위원들을 중심으로 과거 방심위가 MBC에 지나치게 가혹한 심의를 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선영 위원은 “2023년과 2024년에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MBC 심의만 많았냐”면서 “일방적으로 특정 방송사에 대해 심의가 굉장히 가혹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조승호 위원 역시 “저희가 재심에서 기각한 보도들에 대해 방송사들이 소송을 낸다면 지금까지의 확률과 통계로 볼 때 30전 30패가 40전 40패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건이라도 우리가 바로잡을 수 있다면 위원회의 위상과 공정성에 대한 회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소송에서 패배한 수십 건의 사안을 재심에서 안 받아들여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고광헌 방미심위 위원장은 과거 방심위의 심의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위원장은 “심의위원회가 방송소위부터 절차를 거쳐 전체회의에 넘어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견이 투사되고, 그래서 합의점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전에는) 방송소위부터 전체회의까지 구성원 자체가 중대한 흠결이 있을 정도로 결핍돼 있었다. 이런 점도 새로 출범하는 위원회가 교훈 삼아 중대하게 참고해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 추천 김우석 위원은 재심에 대해 기각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은 “지체없이 사과 방송을 안 했다는 것을 여기 계신 분들은 크게 보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걸 크게 본다”면서 “이 정도는 감수하면서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하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위원은 또한 “계속 30전 30패를 말씀하시는데 그것과 기준이 다르다. (제재가) 재량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바로잡는다고 하시는데 경중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상임위원회가 징계의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미심위 규칙에 따르면 재심 요구가 들어올 경우 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에서 재심 여부를 결정하고, 재심이 인용될 경우에만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를 의논한다.
김준현 위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재심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상임위에서 재심이 기각될 경우 다른 위원들은 의견을 내지 못하게 된다. 재심에 대한 의논은 전체회의에서 한다는 식의 규칙을 명확하게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류희림 방심위원장 당시 방심위에서는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이 방송사의 재심 신청을 일방적으로 기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2024년 2월1일 방심위 상임위원회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담긴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 4곳(MBC·KBS·YTN·JTBC)이 제기한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상임위원회는 야권 추천 상임위원의 공백으로 여권 추천 위원 2명만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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