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박장범 임명 취소' 공방 끝 결정 미뤄

차기 이사회서 논의 예정, 박 사장에도 소명 기회 제공
안건 법적 정당성·박 사장 경영능력 두고 여야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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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가 박장범 사장에 대한 임명 취소 제청 여부에 대해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한 이사회는 임명 취소와 관련해 박 사장이 희망할 경우 서면 혹은 대면 형태로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차기 이사회는 5월13일 열릴 예정이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에서 열린 KBS이사회에서는 ‘2024년 10월23일자 한국방송공사 사장 임명 제청 의결 취소의 건’이 상정됐다. 다만 안건 표결 전 이사들이 숙의를 거치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의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임명 취소 안건이 이사회 과반(6명 이상)의 동의를 받을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박 사장에 대한 임명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박장범 사장이 지난해 10월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KBS 이사회는 2024년 10월23일 박장범 당시 앵커를 사장으로 임명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시 박 사장은 여권(현 야권) 측 이사 7명의 주도로 임명제청이 결정됐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이사들의 추천을 재가하면서 박장범 앵커는 KBS 사장으로 최종 임명됐다. 그러나 1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 이사들에 대한 임명 효력이 집행 정지되면서 현재는 이사 지위를 상실한 상태다. 이로 인해 ‘무자격’ 이사들이 의결한 박장범 사장 역시 임명 제청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안건의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은 1월22일 ‘5인 정원의 방송통신위원회가 2인만으로 KBS 이사 추천을 의결한 것은 정족수에 미달하여 위법하다’며 이사들의 임명을 취소했다. 앞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취임 당일인 2024년 7월31일 김태규 부위원장과 둘이서만 전체 회의를 열고, KBS 이사 정원 11명 중 당시 여권(현 야권) 성향 이사 7명만을 후임자로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기로 의결했는데 법원은 이것이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해당 이사들에 대한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KBS 이사회는 2021년 임명된 12기 이사들이 복귀해 업무를 수행 중이다.

안건을 제출한 여권 측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서 박 사장 임명 제청에 대한 효력이 없음을 강조했다. 정재권 이사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사 7명이 이사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박장범 사장 임명을 제청한 의결 역시 이사회 재적 인원 11인 중 과반수 찬성이 없는 의결이 되어 무효”라면서 “무자격 이사들이 행한 사장 임명 제청 의결을 현재의 이사회가 시정하는 것은 KBS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는 최고 의결기관인 이사회의 중요한 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야권 측에서는 반발이 이어졌다. 권순범 이사는 “1월 이뤄졌던 판결은 1심 판결일 뿐 최종적인 법률 판단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면서 “아직 2심과 3심이 남아있는데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는 “4월에 (방통위 2인 체제와 관련된) 재판 상소심이 4건 진행됐는데 이 중 3건에서 ‘2인 체제가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어떤 결정이 나올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는 2021년 KBS 이사로 임명, 2024년에 한 차례 연임하며 박장범 사장 임명제청 의결에 참여했다.

또 다른 야권 측 이은수 이사는 사장 임명을 취소하더라도 KBS가 얻는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KBS 정관에 따르면 집행 기관에 결원이 생길 경우 30일 안에 임명하게 되어있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 8월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새로운 이사회가 완성되면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새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 방송법에 따라 새 사장 임명을 앞둔 상황에서 현 사장을 임명 취소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실효적인 이익이 없다는 취지다. 이 이사는 “특별히 의견을 주고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며 빠른 표결을 요구했다.

반면 여권 측 조숙현 이사는 “과거를 바로잡는 과정이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조 이사는 “(이사들의 임명 취소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소송 당사자인 피고 대통령은 항소 포기를 했다. 1심 재판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일곱 분의 이사들이 1심 판결 이후 참가인 자격으로 항소했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소송 당사자가 불복해서 항소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인 방통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들조차 해당 처분 자체가 위법해서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은 다르지 않다. 다른 유사한 사안에서도 2인 체제 의결 자체의 위법성을 떠나서 당시 의결들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본다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KBS가 안고 가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KBS 12기 이사회. /KBS 제공

사장 임명이 취소될 경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야권 측 이석래 이사는 “(이번 안건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동의한다”면서도 “사장 임명 취소를 대통령이 재가했을 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부분을 이사회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이에 대안이 있다면 찬성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여권 측 이상요 이사는 “(사장 임기를 두고)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한 상황에서 대안을 먼저 논의하자고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이사는 “(무자격 이사에게) 임명 제청을 받아 사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 굉장히 불확실하다. 작년에는 1000억에 가까운 적자를 발생시켰고, 올해는 500억 적자 예산을 편성해서 의결했다. 사장은 이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구체적인 대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해 이사회가 아닌 시청자위원들과 이야기하고, 인사에서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챙겨준 것 아니냐’ 싶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몇 달이라도 이런 상태의 경영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조숙현 이사는 “애초에 임명 자체의 정당성을 검토하는 안건이므로 사장이 잘못했으니 임명을 취소해야 한다는 관점은 아니”라면서도 “KBS는 ‘파우치’가 수식어로 붙어 있는 사장이 있는 동안에는 돌아선 신뢰를 돌아오게 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어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응급조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권 측 이동욱 이사는 “(사장 임명이 취소될 경우) 대안이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 이사는 “몇 달동안 굉장히 중요한 일이 많다. 월드컵도 준비하고, 지방선거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법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사장을 해임하면 그다음 혼란에 대해서 누가 책임질 것이냐”면서 “여러 정치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 사장이) 청와대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것이 아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차분히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논의가 길어지면서 이날 이사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폐회했다. 이에 따라 5월13일 열릴 차기 이사회에서 추가적인 논의와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엽 이사는 “지난 이사회에서 논의된 사장 감사 안건의 경우에도 몇 달동안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 안건에 대해서도 빠르게 의결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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