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와 이혜훈, 그리고 이정효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 블루윙즈 이정효 신임 감독이 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도이치오토월드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일주일이 된 병오년 초의 화두는 ‘갑질’인 듯하다. 지난해 말부터 터진 개그우먼 박나래의 매니저 갑질 논란이 연예계를 휩쓸었다면, 정치권에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과거 보좌진을 상대로 한 갑질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뚜렷한 상하 관계와 일과 시간 대부분을 함께 지낸다는 면에서 연예인과 매니저,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상당히 비슷하다. 그리고 연예인과 국회의원 갑질에 피해를 본 매니저와 보좌진의 사례와 보도도 꽤 오랜 시간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문화스포츠부에 속한 지금이나, 9년 전 몸담았던 정치부 때나 직간접적으로 듣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걸 보면 그만큼 이 특수관계에서 나오는 피해 근절이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2일 프로축구 명문 수원 삼성의 11번째 감독으로 선임된 이정효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은 신선하고 울림을 주는 장면이 있었다. 이정효 감독의 취임식이지만 가장 먼저 입장한 건 전 소속팀이었던 광주FC에서 함께 온 6명의 코치들이었고, 마지막으로 이정효 감독이 등장했다.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는 감독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이날 수원은 ‘이정효 사단’ 전체를 세심하게 맞이했다. 숙원인 1부 리그 승격을 이들이 이뤄주길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구단의 의지가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가장 놀랐던 건 이정효 감독이 자신의 사단을 어떻게 대하는지였다. ‘한국의 모리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이정효 감독이지만, 자신의 사단을 향해서는 ‘코치 선생님들’이라고 불렀다. 여기에 자신의 선임 조건으로 내걸 정도로 코치진 동행을 구단에 강력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이런 말을 남겼다. “2022년 처음 감독을 시작했을 때 미래가 정해지지 않은 초보 감독을 위해서 흔쾌히 저와 함께 해줬던 분들입니다. 정말 힘들게 저와 시즌을 보내고 싸워 오면서 했던 분들과 다시 또 수원 삼성에 오게 된 이유는 단 하나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감독과 코치진도 연예인과 매니저,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많지만, 이정효 사단이 보여준 모습은 요즘 시대에서 성공하는 조직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승리든, 연예대상이든, 재선이든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동반자들을 서로 존중하고 ‘원 팀’으로 뛰는 조직, 그걸 만들어내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고 좋은 조직이다. 물론, 특유의 승부욕 강하고 불같은 성격의 이정효 감독이 구설에 오르는 날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왜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감독이고 왜 성공한 감독으로 꼽히는지를 이정효 감독은 이번 취임 기자회견에서의 모습으로 증명했다. 질타의 대상으로 떠오른 박나래와 이혜훈, 그리고 이정효의 차이는 아마 이 지점이 아니었을까.


“과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좋은, 능력 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제가 잘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정효 감독, 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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