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선 토론’
27일 세 번째 토론을 끝으로 마무리된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 대한 28일 아침 신문의 총평이다. 서울신문은 아예 1면 머리기사 제목을 <진흙탕 난타전>으로 뽑고 “27일 진행된 마지막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끝났다”며 “후보들은 미래 비전과 정책 공약을 제시하고 검증하는 대신에 상대 후보의 과거 행적 등을 둘러싼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1면 <마지막까지 비전보다 비방 ‘최악의 대선 토론’> 제하의 기사에서 “대선 후보들이 정책 공약과 국정운영 비전보다 서로를 깎아내리는 비방전에 집중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사라진 난장판 토론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정책에 대한 질문은 회피하고 상대 후보는 물론 가족을 겨냥한 인신공격성 공방만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제21대 대선 후보 토론회는 18일 경제, 23일 사회 분야에 이어 27일 정치 분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하지만 유권자들에게 남긴 건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공감이 아닌 한숨과 탄식뿐이었다.
동아일보는 <‘이런 황폐한 풍토서 정치 개혁 될까’ 묻게 한 대선 TV토론>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대선의 세 차례 TV토론은 역대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기대 이하였다”면서 “유권자에게 아예 투표장에 가지 말라는 후보들의 합작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반감과 편견을 노골화하는 정치권의 대결, 나아가 그 근저에 강경 지지층의 팬덤 정치가 판치는 현실에서 건강한 토론이 이뤄질 리가 없다”면서 “엿새 뒤 승자가 누구일지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우리 정치의 근본적 개혁임을 새삼 일깨워주는 요즘”이라고 했다.
이참에 대선 TV 토론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신문은 <정책 아닌 비방으로 끝난 TV 토론… 뭐로 검증하나>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대선을 끝으로 손질돼야 할 과제들이 많다”면서 “예상 답변만 내놓거나 말꼬리 잡기,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리는 TV 토론 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사설 <대선 TV토론 이런 식으론 안 된다>에서 “대선 TV토론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은 “대통령 탄핵으로 급작스레 진행된 대선이라 후보들이 정책 역량을 숙성할 기간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인 토론의 수준은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토론 수준이 바닥을 기니 유권자의 관심도 떨어진다. 지상파와 종편을 합쳐 1, 2차 토론 시청률은 각각 19.6%와 18.4%에 불과했는데 TV토론이 도입된 이후 시청률이 20%대 미만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은 우선 TV토론의 횟수와 시간을 늘려야 한다면서 “지금은 중앙선관위 주최로 3회에 걸쳐 회당 120분의 토론만 의무적으로 열리는데,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또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포맷을 바꿔 “충분한 양자토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중앙은 미국처럼 “사회자나 전문가가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에게 직접 질의하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지지율 30~40%대 후보와 지지율 1~2%대 후보가 똑같은 발언 분량을 얻는 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유권자의 관심이 집중된 주요 후보들이 부각되도록 토론의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중계 토론서 나온 이준석 후보 ‘성폭력’ 발언 파장
한편, 전날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여성의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폭력성 발언을 해 여성단체 등이 즉각 고발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발언을 적절히 제지하지 못한 중앙선관위와 진행자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는 3면에 <생중계 토론서 여과없이 ‘여성혐오 욕설 재현’ 도 넘었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준석 후보는 작성자가 이재명 후보 아들로 추정되는 노골적인 성폭력성 온라인 게시글을 TV생중계에서 여과 없이 읊었다. 그리고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마이크를 넘긴 뒤 “(이재명 후보 아들의 게시글 내용이) 민노당 기준으로 여성혐오냐 아니냐”고 캐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권 후보가 이날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후보의) 의도가 매우 불순하다”며 “다른 후보의 입을 통해 특정 후보를 공격하게 했다”고 비판한 사실도 보도했다. 권 후보는 국민이 보는 생중계 토론에서 해당 발언을 한 이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8일 오후 1시 경찰청 앞에서 이준석 후보의 발언을 정보통신망법 44조 위반, 아동복지법 17조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토론회 직후인 28일 0시부터 3시간 반 사이 20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단체 고발인으로 참여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이 후보는 그러나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공의 방송인 점을 감안하여 원래의 표현을 최대한 정제해 언급”한 것이라며 오히려 “왜곡된 성의식에 대해서 추상같은 판단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은 자격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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