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방통위' 250일째… 하반기 공영방송 이사회 개편 향배는

여야 논의 우선순위서 밀려나… 방통위원 추천 논의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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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4월24일 제21차 회의를 열고 방송법을 위반한 방송사업자에 대해 행정처분을 의결했다. 이날 방통위 회의는 3월27일 이후 꼭 4주 만에 열린 것이었다. 28일간 방통위는 공개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회의로 단순 안건만 처리해왔다. 지난 연말과 연초 사이에는 50일 가까이 서면회의조차 열리지 않은 공백기가 있었다. 한상혁 전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과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상반기엔 두 달 넘게 모든 의사일정이 서면회의로 대체되기도 했다. 방통위 정원인 5인 체제로 회의를 연 것은 지난해 3월21일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1년 넘게 방통위는 비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특히 정원의 과반도 안 되는 2인 위원회 체제는 이동관 전 위원장이 임명됐던 지난해 8월25일 이후 8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국회 교체 시기까지 맞물리면서 이런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월24일 첫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이상인 부위원장의 옆자리를 포함해 나머지 3인의 위원 자리는 8개월 넘게 비어 있다. /연합뉴스


방통위만 표류 중인 게 아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월8일 이후 한 번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았다. 5월 중에도 아직 예정된 일정이 없다. 21대 국회 임기는 5월29일까지다.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이른바 ‘KBS 정상화 문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폭주’ 등과 관련해 과방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여당에서 응답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마디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은 장제원 위원장을 비롯해 전원이 22대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총선 참패 후 당 쇄신 작업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통위원 추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방통위 ‘완전체’ 구성은 22대 국회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방통위 구성 논의가 당장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방통위 ‘정상화’ 논의 자체가 여야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방통위를 무력화할수록 결정의 위법성만 커질 뿐”이라며 대통령에게 공석인 방통위원 임명부터 하라고 했지만, 정작 민주당에서도 방통위원을 추천한 사실이 없다. 지난해 3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안을 대통령이 7개월 넘게 재가하지 않아 최 후보자가 사퇴한 뒤로 민주당 내 방통위원 추천 논의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위원장이 탄핵을 앞두고 사퇴하고, 같은 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 및 후임 임명과 관련해 2인 위원회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엔 이를 부각해 2인 체제에 제동을 거는 쪽에 힘이 실려 있다.


언론·시민사회에서도 5인 방통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비정상적’인 방통위 체제에서 내려진 ‘비정상적’인 결정들을 바로잡는 게 더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준형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등 방통위가 저질러놓은 일을 스톱시키고 원상복구 한 다음 방통위 체제를 어떻게 꾸릴 거냐를 넘어서서 미디어 거버넌스를 다시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로서의 가치 등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누굴 추천하든 여야 3대2가 될 거고, 국정 기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와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을 끝으로 과방위 전체회의는 4개월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21대 과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이 4월 총선에서 모두 불출마·낙선함에 따라 22대 과방위 여당 위원들은 전면 교체될 예정이다. /뉴시스


이런 가운데 방통위가 KBS·MBC(방문진)·EBS 공영방송 3사 이사를 임명(추천)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8~9월 3사 이사회 임기가 차례로 끝나는데, 전례를 볼 때 7월 초부터 이사 후보자 공모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현직 과방위원과 22대 당선인들은 정치적으로 독립된 공영방송 이사·사장을 선임하는 ‘방송3법’ 개정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사회 임기만료 전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가능성은 적다. 결국, 현행 법령하에서 지금의 2인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바뀌는 이사회는 임기가 남은 MBC 사장을 교체할 수 있고, 12월엔 KBS 사장도 뽑게 된다. 그리고 이 체제는 2027년 대선까지 이어진다. 언론노조 등이 방송3법 입법 지연의 대안으로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1순위로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2인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내용상으로나 절차적으로나 또다시 위법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지금의 방통위 내부 분위기다. 공영방송 이사회 선임을 지나면 연말 MBC 등 재허가 심사가 기다리고 있다. 김홍일 위원장 취임 후 현 2인 체제에서 지상파 재허가, 종편·보도채널 재승인 등은 그대로 진행됐다. 다만 YTN 민영화 승인 이후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결정은 자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3월26일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해 해임 전 청문을 진행해놓고 한 달 넘게 해임안 처리를 하지 않는 게 한 예다. 2인 체제의 위법성 판단과 그에 따른 소송 부담, 총선 전후 민심 등에 방통위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기조가 달라지지 않는 한 방통위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인 완전체 출범이든, 합의제 기구의 위상 회복이든 방통위 정상화는 그만큼 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는 게 선행돼야 방송 정상화와 방송 감독기관의 정상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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