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8개월째 2인 체제… 대통령은 뭐하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가 8개월째 상임위원 2인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위원 5명의 합의제 기구라는 방통위 설립 취지가 무색하다.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다. 탄핵안 발의 뒤 사임한 이동관에서 김홍일로 위원장만 교체했을 뿐, 방통위 2인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몫 상임위원 두 명이 모든 의사결정을 해도 되는데 굳이 야권 추천 위원을 임명해서 분란만 키울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법원조차 위법성을 지적했는데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21대 국회가 다 끝나가는데 ‘비정상의 정상화’는 요원하다. 4·10 총선 결과는 대통령의 ‘불통 국정’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독선적인 국정 운영을 멈추고 협치로 갈등을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하지만 ‘방통위 5인 완전체’ 구성은 현재로선 회의적이다. 야당 일부에선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방통위원장 탄핵 카드까지 염두에 둔 모양이다. 7월에 공영방송 3사 이사회 구성을 위한 일정이 시작되는데, 이사 추천·임명권을 가진 방통위가 지금처럼 2인으로 유지될 경우 집권여당에 유리한 이사를 뽑아 친정권 사장을 앉히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차라리 위원장을 탄핵해 안건 의결이 불가능한 ‘1인 식물 방통위’로 만들겠다는 극약 처방이다. 방송장악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야권도 방통위를 정쟁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야당 몫 상임위원을 추천해 22대 국회 개원 전에 대통령이 방통위 정상화에 나서도록 견인하는 게 필요하다.


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3대2 여권 우위의 방통위원회 체제를 그대로 두는 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파행적 운영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방통위의 정치적인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왔다. 눈에 띄는 제안은 현재의 상임위와 별개로 국민대표위원과 공익대표위원을 둬 구성의 다원성과 전문성을 추구하고, 위원장과 상임위원 일부를 공익대표위원 중에서 뽑아 정쟁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방통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말로만 다수결이지 실질적으론 정치권력에 예속된 구조를 바꾸는 첫 단추를 22대 국회가 꿸 수 있길 기대해본다.


총선 결과를 보면, 정권이 방송장악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방통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영방송을 정권의 도구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는 걸 선거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보수신문을 포함해 종편과 KBS까지 여론시장에서 보수 우위를 보이는데도 집권당이 참패한 것은 여론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징표가 아닌가. 유튜브 정치 영향력이 커가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지위가 위태롭다는 방증은 아닌가. 기울어진 여론 지형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정권 심판론이 강했다는 것을 인정해도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굳이 방송을 장악하려 무리수를 써가면서 논란을 야기할 효능감이 줄었다는 말이다.


연말이면 MBC와 KBS1 재허가 심사가 예정돼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MBC 보도에 대한 중징계를 지속적으로 내리는 게 결국은 재허가를 압박하며 ‘입틀막’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박민 KBS 사장도 연임을 염두에 두고 정권 친위 행보를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 체제가 이대로 유지되면,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 교체를 두고 격랑에 휘말릴 것이 뻔하다. 윤 대통령이 방통위 2인 체제를 고집하면 파국은 피할 수 없다. 그 화살은 결국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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