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저널리즘 진보 이끌까… AI 활용에 머리 맞댄 기자들

[2024 세계기자대회 / 콘퍼런스 세션] ② 뉴스룸의 AI 활용
영상물 관리·취재자료 요약·음성파일 텍스트 변환 등에 AI 도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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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2024 세계기자대회’ 두 번째 콘퍼런스에서 기자들은 각국의 인공지능(AI) 저널리즘 발전 상황을 공유했다. AI를 사용하면 더 좋은 저널리즘이 되는지 질문에 반드시 도입하고 적응해야 하는 도구라는 데 공감하기도 했다.

'AI 저널리즘 시대 언론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태국의 펜소파 수콘타락 기자는 소속 방송사인 ‘타이라스’(Thairath)가 AI 도구인 ‘미미르’(MiMir)를 활용해 저장된 영상물을 관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가 영상자료의 주제나 영상 속 등장인물을 식별해 자동으로 검색어 기능을 하는 태그를 여럿 붙여주는 식이다.

방송사에서는 뉴스 제작에 영상자료가 필요하더라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해석해 주면 영상마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설명을 달아 놓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기자대회'에서 '비오비오칠레'의 레오나르도 카사스 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좌장을 맡은 박종률 우석대 교수. 박 교수는 CBS 기자로 일했고 2012년부터 4년 동안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내면서 세계기자대회를 처음으로 기획했다. / 사진=한국기자협회

칠레에서 가장 큰 온라인 매체인 ‘비오비오칠레’(BioBioChile)는 기사를 쓰는 AI인 ‘로빈’(Robbin)을 활용해 매월 1000건이 넘는 AI 기사를 생산했다. 주로 날씨, 기름 가격, 스포츠 경기 결과 등 단순한 내용의 기사를 자동으로 써내 지역에서 AI 저널리즘의 선도주자로 통한다.

하지만 비오비오칠레의 레오나르도 카사스 기자는 “기사 내용이 너무 영혼이 없고 단조로워 지금은 자동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인간을 도와 업무를 촉진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분량이 긴 취재자료를 요약하거나 음성파일을 글로 바꾼 뒤 번역하는 등 작업에 쓰고 있다.

벨기에에 있는 비영리 독립언론인 ‘이유옵저버’(EUobserver)의 엘레나 산체스 니콜라스 편집장도 “AI는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잠재력이 크다”며 “기자 입장에서는 일상적 업무시간을 단축해줘서 비평적 사고와 인간적인 역량이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뉴스룸 규모가 클수록 다른 개발사와 파트너십을 맺거나, 자체적으로 AI 도구를 만들 여력이 된다”며 “소규모 뉴스룸의 경우에는 이런 기술 발전에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현실적인 문제도 제기했다.

엘레나 산체스 니콜라스 기자. 유럽기자연합의 벨기에 지부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사진=한국기자협회

김민성 한국일보 혁신총괄 미디어전략부문장은 그러함에도 언론사마다 AI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사용하기 위한 준칙도 만드는 방안을 여러 언론에 제안했다.

김 부문장은 “언론사마다 AI 도구를 개발하려면 반드시 내부에서 토론이 일어날 것이고 뉴스룸 내 소통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도전을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언론은 기술에 거부감이 있고 인간 기자의 노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문화의 언론사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공감대 형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달 생성형 AI 프로그램 ‘하이’(H.AI)를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사를 쓰면 AI가 제목을 추천해 주고, 포털에서 검색이 잘 될 법한 키워드도 찾아준다. 연관 기사를 자동으로 붙여준다. 또 국내 최초로 AI 저널리즘 준칙도 함께 만들었다. 준칙은 AI로 생성한 내용이라도 반드시 인간이 개입해 통제해야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본적인 고민도 제기됐다. AI 도구 활용이 더 질 좋은 저널리즘을 만드느냐는 질문에 김 부문장은 AI를 도로에 비유했다. 그는 “도로를 만들어서 국경을 열면 밀거래도 일어나고 교통사고도 날 수 있다”며 “하지만 길을 만드는 이유는 더 나은 발전을 위해서다. 기술을 바라봐야 하는 관점은 이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사를 쓸 때 정보를 찾으려면 도서관에 갔다”며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된 뒤 저널리즘의 질이 바뀌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검색하는 습관 때문에 취재 노력이 줄어서 질이 낮아졌을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질이 높아졌고, 데이터 저널리즘 영역에서는 큰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저널리즘의 진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기자들은 대체로 공감했다. 펜소파 수콘타락 기자는 AI를 탈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AI가 우리 일자리를 대신하기보다 보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운전기사들처럼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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