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보도, 언론 기본인 '객관·중립' 1원칙"

[2024 세계기자대회 / 콘퍼런스 세션] ①전쟁 저널리즘과 언론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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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팔레스타인 전쟁.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보도에 필요한 규범은 뭘까. 세계 기자들은 전쟁을 보도할 때도 언론의 기본인 객관성과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됐다.

22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4 세계기자대회에서 ‘전쟁 저널리즘과 세계 평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첫 번째 콘퍼런스가 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현지에서 취재한 노지원 한겨레 기자가 참여했고 이주희 코리아헤럴드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았다.

2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 31층 슈벨트홀에서 열린 '2024 세계기자대회' 첫날 콘퍼런스 세션. /박성동 기자

인쇄매체 경력도 있는 파키스탄의 아눔 하니프 ‘Hum News Network’ PD는 “정부를 비롯한 전쟁의 이해집단으로부터 받는 압력과 선전에 휘둘리지 않는 정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갈등의 무대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등장한다. 그는 언론이 전쟁을 벌이는 “정치적 이해관계자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언론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을 전해야 분쟁 상황에서도 화합할 수 있는 ‘평화 저널리즘’의 기초를 놓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수십 년 동안 분쟁을 벌이는 분쟁 당사자 국가이기도 하다. 종파 사이 정치적 갈등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에는 인도와 파키스탄 언론이 사실과는 전혀 상관없이 어느 지역을 장악했다거나, 점령군이 주민의 환호를 받았다는 등등 서로 원하는 대로만 해석하고 보도하기도 했다.

첸 잉춘 차이나데일리 국제부 기자도 “전쟁은 복잡한 논쟁을 수반하기 때문에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가지거나 경제적 세력의 영향을 받아 한쪽의 목소리를 크게 부각하면 안 된다”며 “여러 당사자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분쟁 배경의 역사적 맥락과 기원도 잘 살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의 인격적 ‘얼굴’을 드러내는 일도 언론의 중요한 규범으로 제시됐다. 의도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려는 당사자들이 누군지 가려내고 참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감춰진 채 폭력이 비인격화하면 인간 사회의 합의 가능성은 사라진 채 이념과 맹목적인 공격만 남기 때문이다.

니콜라 스미스 영국 ‘텔레그래프’의 아시아 특파원은 “저널리즘으로 평화를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하지만 책임을 지워야 할 당국자에게 책임을 묻고 전쟁으로 소외된 사람에게 목소리를 줘야 한다. 위기에서 인간의 얼굴을 보여주고 공감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보도만큼 설득력이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22일 '2024 세계기자대회'에서 노지원 한겨레 기자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한국의 국제분쟁 보도 현황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노지원 한겨레 기자는 한국 언론이 전쟁 취재 가이드라인과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2년 6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취재했다. 외국 언론은 통역자와 별도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픽서’(Fixer)를 고용해 취재했지만 취재팀은 이런 노하우도 잘 모르는 상태로 투입됐다.

노 기자는 한국 언론은 전쟁을 ‘이벤트’로 이해하고 그때그때 일주일이나 이 주 정도 짧은 기간 특파원을 보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보도가 핵심으로 인식돼야 한다”며 “미디어의 주된 목적은 대중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외신 보도가 전해주는 2차적 정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며 “이데올로기나 편향의 영향이 적은 뉴스를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직접취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24 세계기자대회'에 참석한 캐나다의 제임스 그리피스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박성동 기자

이에 대해 캐나다 ‘글로브 앤드 메일’의 제임스 그리피스 기자는 “한국 언론이 만약 예산이 충분하다면 해외보도를 더 많이 하게 될지 궁금하다.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노지원 기자는 한국 언론이 ‘4강 외교’(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상황에 놓인 탓에 국내 사안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보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물론 재정적 문제도 있겠지만 투자의 문제”라며 “한국 언론이 국제적 수준으로 보도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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