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따라하기?... YTN 사장, 취임사서 "편파 왜곡방송 반성"

김백 사장 1일 취임식
YTN지부 조합원들 항의 시위에 "업무방해, 끌어내라" 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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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YTN 사장이 취임사에서 지난 대선 기간 YTN이 내보낸 이른바 ‘쥴리’ 의혹 보도를 “엉터리 왜곡”이라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선언을 약속했다. 보도 과정에 대한 진상 조사와 함께 후속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취임하자마자 KBS의 ‘불공정·편파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징계 등의 방침을 밝힌 박민 KBS 사장과 닮은꼴 행보다.

김백 YTN 사장(가운데)이 1일 오전 사장 취임에 반대하는 YTN노조 조합원들의 반대를 뚫고 출근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3월29일 YTN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된 뒤 같은 날 이사회에서 사장으로 선임된 김백 사장은 1일 YTN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과 항의 속에 취임식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조합원들은 김백 사장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취임식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계속해서 “무자격 사장 물러가라” “정권 나팔수 거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김 사장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에도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김 사장은 “지금 업무방해 하는 것”이라거나 “예의를 지키라”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YTN지부 간부와 조합원들을 가리키며 “끌어내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쥴리’ 보도 언급…“엉터리 왜곡 보도 과정 살펴보고 후속 조치”

2016년 3월 상무이사에서 퇴임한 김 사장은 8년 만의 YTN 복귀에 “YTN 창립 멤버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기쁘면서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민영방송이 된 YTN이 “구성원들에게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면서 “민간 대주주의 과감한 투자와 비전 제시, 이에 따른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YTN을 ‘아시아의 넘버원 보도전문채널’로 만들겠다면서 첫 번째 과제로 “공정성과 공공성 회복을 통한 정도 언론의 구현”을 꼽았다. 이어 “방송뉴스의 공정성과 공공성은 24시간 뉴스채널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YTN의 창사 정신”이라고 밝힌 그는 “그러나 YTN은 2022년 대선을 전후해 뉴스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지키지 못하면서 편파 왜곡 방송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백 사장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김고은 기자

그는 “대통령 후보 부인에 대한 일방적인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두 차례나 보도한 이른바 ‘쥴리 보도’가 그 정점을 찍었다”면서 “YTN이 창사 이래 쌓아온 가치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당시 “밖에서 YTN을 바라보면서 참담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는 그는 “이것이 공영방송에서 민영방송으로 바뀐 이유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YTN은 조만간 국민께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대국민 선언을 통해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엉터리 왜곡 보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도 살펴보고 철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공영방송과 마찬가지로 노영 방송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노조가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경영권과 인사권에 개입하는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YTN의 시청자는 전 국민”이며 “어느 한쪽의 팬덤에 기대는 뉴스가 아니라 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어느 한쪽의 팬덤에 기대는 뉴스 안돼”

이밖에도 그는 △신상필벌의 원칙 △연공서열 타파 등의 원칙과 함께 특파원 수 확대, 전문기자 제도 활성화, 사원 교육 강화, 인공지능(AI) 기술 방송 접목 등의 계획을 밝혔다.

유진이엔티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에서 약속한 저널리즘연구소 설립, ‘서울팩트체크포럼’ 개최 등의 구상도 밝혔다. 당시 유진이엔티는 향후 5년간 YTN에 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김 사장은 “이러한 투자금은 YTN을 종합미디어 그룹으로 도약시키는 밑거름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백 사장이 취임사를 하는 동안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김고은 기자

또한, 지난해 8년 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사실을 지적하며 “흑자기조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장밋빛 청사진도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위해 회사는 마케팅 조직을 정비하고 디지털 분야 등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힘쓰겠다”고 전했다.

“YTN을 공언련처럼 만드는 것 반드시 막아낼 것”

끝으로 김 사장은 “다소간의 불신과 반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제2 창사의 길에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동행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날 나온 ‘편파 왜곡 방송’ ‘노영 방송’ 등의 발언과 이어질 후속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YTN 노사 대립과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YTN지부는 김 사장의 보도 관련 발언이 “보도지침을 내놓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우리 보도를 폄훼하고 YTN을 (김 사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공언련(공정언론국민연대)처럼 만드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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