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방송’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스트리밍’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IPTV나 케이블TV에 가입하는 대신 스마트TV가 무료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FAST)로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티빙에선 야구를, 쿠팡플레이로는 축구를 시청하며, 드라마는 넷플릭스로 즐기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OTT는 고성장을, 방송은 저성장을 이어가는 흐름 속에서 OTT는 이미 방송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기존의 방송 서비스를 대체할 가능성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3일 발표한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 같은 OTT의 영향력 확대다. OTT는 방송시장을 4개로 나눈 단위시장인 유료방송시장, 방송채널거래시장, 방송프로그램거래시장, 방송광고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광고와 디지털 광고 비교 설문 결과 (2023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방통위)

“지상파 3사 안 봐도 된다” 인식 증가

먼저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시장은 2022년 가입자 수와 매출액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으나, OTT 영향 등에 따라 VOD 매출과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가 줄어드는 등 성장동력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유료방송사업자(IPTV, SO) 간 방송채널거래시장에도 OTT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에는 지상파 등 경쟁력 있는 PP가 높은 대가를 받고 유료방송에 채널 전송권(재송신)을 판매했는데, 이젠 “OTT 등 신유형 미디어 서비스 활성화로 미디어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어나는 한편, 방송채널 이용 시간이 감소”해 PP측의 상대적 협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인기 콘텐츠를 OTT 등을 통해 시차 없이 이용 가능하게 될 경우, OTT와 유료방송 사이의 대체성 역시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이와 관련한 지상파방송사의 지위 변화가 주목할만하다. 2022년 지상파 3사(지역MBC·지역민방 포함)의 채널 재송신 매출은 4052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방통위는 “유료방송가입자의 지상파방송 3사 채널에 대한 선호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 등 관련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지상파방송 3사의 협상력은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이용자 설문에서도 지상파 채널 전송 중단 시 유료방송서비스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2020년 53.6%로 절반을 넘었으나, 2023년엔 43.7%로 10%p 가까이 줄었다. 지상파 3사가 ‘필수 채널’이란 인식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지상파 채널 재송신 매출 추이 (2023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방통위)

외주제작사와 지상파, PP간 방송프로그램거래시장에선 OTT의 영향으로 제작단가는 상승하고,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전반적인 제작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OTT 역시 프로그램 수요가 감소했으나,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프로그램 제작거래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커지는 디지털광고시장에서 OTT의 광고사업 확대가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2022년 전체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6%로 하락세를, 디지털광고 비중은 58.4%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디지털광고는 방송광고보다 주목도와 커버리지 외 모든 측면(가격, 효율성, 타게팅, 광고주 요구 응대, 광고 집행 결과 제공 및 모니터링 용이성 등)에서 우세한 것으로 조사돼 앞으로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OTT 사업자가 스포츠 중계, FAST 서비스 등 기존 방송이 경쟁력을 갖고 있던 실시간 콘텐츠를 중심으로 광고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방통위는 “OTT 광고가 아직까지는 방송광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OTT의 계정공유 금지에 따른 가입자 증가 및 개인 단위 맞춤형 광고 확대, OTT 시청자 증가, FAST 성장 등에 따라 방송광고 재원이 OTT 등 디지털광고로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요 방송사업자 방송광고 매출액 현황 (2023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방통위)

넷플릭스 압도적 1위, 고속 성장은 2위 쿠팡플레이

한편 2023년 OTT 이용률은 77.0%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이며, OTT 이용자 중 유료결제 이용자 비율 또한 57.0%로 증가 추세를 유지 중이다. 2023년 12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1164만으로 구독형 OTT 중 가장 많은 사용자 수를 기록했으며, 쿠팡플레이가 전년 동월 대비 68.2% 증가한 665만으로 2위를, 티빙은 522만으로 3위를 기록했다. 웨이브는 전년 동월 대비 0.9% 감소한 405만,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8월 ‘무빙’ 공개로 구독자가 크게 증가해 304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