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근절" 여당과 방심위·방통위의 '호들갑'

대통령 영상 '딥페이크' 규정 접속차단에, 방통위는 "민관협력 대응"…언론노조 "과잉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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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 제목에서부터 ‘실제’가 아님을 밝힌 45초짜리 영상을 두고 여당 원내대표가 “딥페이크 영상물”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서둘러 접속차단을 결정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딥페이크 허위정보 근절’ 방침을 밝혔다. 모두 23일 한나절 동안 일어난 일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청사 /김고은 기자

방통위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23일 딥페이크 허위정보 대응 관련 자율규제 강화를 위한 민관협력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가짜뉴스대응정책팀은 보도자료에서 “최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유명인 관련 허위조작정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실제 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사업자가 즉시 취할 수 있는 피해 예방 대책을 논의하기 위하여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방통위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국내·글로벌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엑스(X, 옛 트위터), 바이트댄스(틱톡)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인공지능(AI) 생성물 표시 △탐지 모니터링 △삭제·차단 조치 등과 관련된 자율규제 현황과 강화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딥페이크 허위정보로 인한 개인 피해와 사회적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자정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특히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선거들도 앞두고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자율규제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 국내외 포털·플랫폼 사업자(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와 함께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를 출범하고 ‘자율규제’ 명목의 가짜뉴스 대응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딥페이크 허위정보’ 근절을 중요하게 내세운 적은 없었다.

마침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어 온 윤석열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해 경찰이 어제 방심위에 차단과 삭제를 요청했다”면서 딥페이크 영상물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딥페이크 영상물과 가짜정보는 더욱 창궐하게 될 것”이라며 “여야가 관련 기업들과 협력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선거판이 딥페이크 영상물로 인해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선거전 90일 동안 딥페이크 영상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지난달 29일부터 시행 중인데, 윤 원내대표는 “공직선거법에 수동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되고”, “기업들과 협력해 딥페이크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딥러닝’ 아닌 풍자영상이 딥페이크? “접속차단 정당화 안돼”

지난달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설명 자료.

그러나 윤 원내대표가 가리킨 영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짜깁기해 ‘가상’임을 밝힌 것으로 딥페이크의 사전적 정의인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진위를 구별하기 어렵도록 다른 이미지·영상과 합성한 가짜 이미지나 영상물’과는 다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달 29일 설명자료에서 “포토샵 및 그림판 등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은 인공지능 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방심위는 ‘딥페이크’로 규정해 긴급심의를 진행하고 접속차단을 결정했으며, 여당 원내대표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방통위는 때맞춰 딥페이크 근절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를 “과잉 대응 호들갑”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영상 제작자가 ‘가상으로 꾸며 본 윤대통 양심 고백 연설’이라고 미리 밝혔는데 이를 대체 풍자 아닌 무엇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경찰과 방심위가 이를 딥페이크 정보로 둔갑시킨 것은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노조는 언론부터 딥페이크가 아닌 풍자 영상이란 점을 차분히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대다수 언론은 또다시 앵무새처럼 경찰과 방심위의 ‘딥페이크’ 주장을 받아쓰며, 자신의 존립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갉아먹는 데 동참하고 있다”면서 “진짜 윤석열과 ‘구분이 안 된다’며 접속 차단 조치를 정당화하는 보도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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