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방통위원장, 누가 오든 '제2의 이동관'

[이슈 분석] 이동관 가고 '검사' 오나
檢출신 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도 함께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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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100일도 안 돼 전격 사퇴하고 그 자리에 검사 출신 후임 등이 거론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 독립이 더 요원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관 전 위원장이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제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온다”고 했던 ‘예언’이 적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보고된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만 하루도 안 돼 이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 등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두 시간여 남겨둔 시점이었다. 불과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자진사퇴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은 없다”고 했던 이 전 위원장은 1일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방통위를 떠났다. 같은 자리에서 취임사를 한 지 95일 만이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이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 입장하는 모습. 왼쪽에 있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후임 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

이 전 위원장의 ‘탄핵 전 사퇴’로 최장 6개월까지 예상됐던 방통위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다. 바꿔 말하면 윤석열 정부가 이 전 위원장을 교체해서라도 ‘방통위 식물화’만큼은 막고 싶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 5월 한상혁 전 위원장을 면직한 뒤 이 정부 방통위가 주도해온 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교체, ‘가짜뉴스’ 규제 등이 총선용 ‘언론대책’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전 위원장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되면 자칫 내년 총선 때까지 방통위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3개월 넘게 공석인 국회 몫 방통위원 3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방통위가 정상적인 의사일정을 소화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여야 2대2 구조로 “꽉 막힌 상황”이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라는 게 이 전 위원장 말이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한 전 위원장 면직 후 지난 반년간 그랬던 것처럼 방통위를 사실상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하려는 뜻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전망이며, 이를 위해 후임 위원장 지명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전 위원장의 사의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후임 인사의 이름들이 거론됐고, 사퇴 나흘째인 지난 4일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대통령실이 밝힌 개각 명단에 방통위원장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빠르면 1주일, 늦어도 이달 안에는 후임이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에는 새 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게 되리란 전망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 때는 후보자 지명부터 취임까지 딱 한 달이 걸렸다.


국민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방통위원장에 ‘내정’됐다고 보도한 김홍일 권익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직속 상관이자 선거캠프 출신이다. 2010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일 때 중앙수사부2과장이던 윤 대통령의 상관이었으며, 윤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방통위원장 이전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도 거론됐다. 조선일보 등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던 이상인 부위원장(변호사)은 본인이 고사했다고 전해진다. 같은 법조인 중에는 이동관 전 위원장 지명 전 하마평에 함께 올랐던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등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언론인 출신으론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 김장겸 전 MBC 사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있었던 최금락·홍상표 전 홍보수석 등의 이름도 나왔다. 그러나 김은혜 전 수석은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김장겸 전 사장은 부당노동행위로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확정판결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직을 맡을 수 없다.


누가 됐든 방통위원장 교체가 ‘용산의 뜻’인 이상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크다.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장악과 표현의 자유 탄압에 대한 대통령의 근본적 인식 전환과 권력의 주구로 쓰인 방통위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편이 없는 한 이동관 후임이 될 방통위원장 또한 제2의 이동관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했다.


반년 넘게 3인 위원회에서 2인 위원회로, 급기야 1인 위원회까지 비정상 체제로 이어져 온 방통위를 시급히 5인 체제로 정상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수적으로 정상화가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독립과 합의제 기구로의 위상 회복까지 기대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방통위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개입이 선명해질수록 민주당에선 정치인 출신 등을 투입해 ‘맞대응’ 하는 전략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방통위는 ‘대결-퇴장-다수결 의결’의 악순환만 반복할 수 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홍보실장은 민주당이 ‘파이터’를 찾을 게 아니라 언론·시민사회 등도 납득할만한 인사를 추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방통위가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권력의 주구로 쓰이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만큼 방통위 체제 개혁의 역할과 임무를 분명히 부여해 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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