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레이더·CCTV 분석… 오전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기자 25시] 김민경 YTN 기상재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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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하루 아니, 이틀이었다. 지난 13일 오전 9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4시에 퇴근하기까지, 김민경 YTN 기상·재난전문기자는 20여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회사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그는 실시간 강수 상황과 예보를 전하는 전화연결 7번, 단신·속보 처리 4번 그리고 각각 1번의 리포트 제작과 스튜디오 출연 등을 소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은 기상전문기자들이 바빠진다는 7월 장마철, 그것도 호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이었다.

지난 13일 김진두, 정혜윤, 김민경 YTN 기상재난전문기자들이 비구름 레이더를 보며 이날 밤 사이 생길 수 있는 호우 상황을 두고 대화하고 있다.


“밤에 상당히 안 좋을 거 같네. 내 생각으로는 밤 10시부터 12시 정도까지가 피크일 가능성이 있어.” 13일 오후 3시 50분께, 비구름 위치를 나타내는 기상 레이더를 보던 김진두 YTN 문화생활과학부 부국장이 옆에 있던 김민경 기자에게 야근을 지시하며 말을 꺼냈다. “시간당 50㎜ 이상이 2시간 이상 지속되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봐야한다” “(비구름이) 띠 형태로 강하게 생성되는 건 내일 아침부터인데 그게 더 무서운 거다” “오늘 밤엔 동글동글한 것들이 막 생겨 들어오는데 속도가 빠르다” 등의 말들도 오간다.


당초 김 기자는 이날 오후 6시에 퇴근하고, 오후에 출근한 정혜윤 차장이 다음날 아침까지 호우 상황을 챙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미 호우주의보와 호우경보가 발령된 오전보다 밤에 더욱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장마 전망과 더불어 산사태, 홍수 등 밤사이 생길 수 있는 호우 피해도 대비해야 했다. 현장 중계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 사회부에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위험 지역을 미리 분석해 전해야 하는 것도 기상전문기자들의 역할이다.

김민경 YTN 기상·재난전문기자가 지난 13일 현재 비 상황, 올해 장맛비 전망을 주제로 한 뉴스 출연에 앞서 스크린에 자신이 준비한 비구름 레이더를 띄어놓고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2월 YTN에 경력 입사한 김 기자는 이곳에서 처음 장마철을 맞았다. 당일 야근 지시를 받은 것도 처음이다. 밤사이 나갈 올해 장마 원인을 분석한 리포트를 준비하고 퇴근하려 했던 김 기자에게 일거리가 쏟아진다. 급하게 뉴스 출연이 정해진 정 차장과 번갈아 가며 전화연결을 하기로 했고, 오후 10시50분 스튜디오 출연도 잡혔다. 이날 예약했던 PT 운동 수업은 바로 취소했다. “여름엔 당일에도 취소할 수 있다고 PT 강사님께 미리 말씀 드려놨거든요. 식단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힘내야 하니까 저녁은 맛있는 거 먹을 거예요(웃음).”


밤샘 근무를 앞두고 김 기자의 눈은 오히려 빛났다. 해마다 나타나는 이상 기후로 날씨 예보를 넘어 기상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기상전문기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요즘, 이들이 가장 바쁘다는 장마철엔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했다. 지난 13~14일 김 기자의 숨 돌릴 틈 없었던 일상을 들여다봤다.

“속도전 중요한” 보도전문채널서 기상전문기자로 적응 중

“일단 오전 9시30분에 전화연결 하나 있고요. 그전에 부장에게 오늘 날씨보고를 해야 하고,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기상청 정례브리핑도 챙겨야 해요.”


빗줄기가 서서히 떨어지던 오전 8시50분 서울 마포구 YTN 사옥. 일찍 출근해있던 김 기자가 3층 보도국으로 안내하며 대략적인 오전 근무 내용을 설명했다. 보도국으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문화생활과학부 기상팀 자리가 있다. 기상팀엔 김진두 부국장(팀장), 정혜윤 차장, 김 기자까지 3명의 기상·재난전문기자들이 소속해 있다.


김 기자의 책상엔 모니터 두 대가 있다. 왼쪽 모니터로는 레이더 등 각종 날씨 데이터를 보고, 다른 한쪽으론 주로 기사를 작성하고 큐시트 상황을 본다. 폭염 스케치와 같은 현장 취재, 기상 관련 세미나 참석 등을 제외하면 보통 보도국 안에서 일한다. 기상 현상, 미세먼지를 비롯해 지진, 산불 등의 재난 영역도 커버하고 있고, 24시간 뉴스가 돌아가는 소속 매체 특성상 리포트 외에도 전화연결과 스튜디오 출연으로 실시간 상황과 전망을 전하는 게 그의 주요 업무다. 하루에 산불이 34건 발생한 4월 어느 날엔 주말에 쉬다 급하게 출근한 적도 있다.


“갑자기 아침에 예정에 없던 전화연결을 할 때도 있어요. 보도를 빨리 내보내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보여주는 게 중요한 곳이다 보니 항상 속도전인데, 매번 긴장하며 적응하려고 하고 있죠. 좋은 점이라고 하면 퇴근까지 하루가 정말 금방 간다는 거예요.”


당장은 오전 9시20분에 열릴 국장단 회의 전까지 날씨보고를 올려야 한다. 김 기자는 기상청에서 기상 관련 관계자들에게만 제공하는 방재기상정보시스템을 통해 데이터를 보며 △강수 △예상강수량 △기온 △특보 등의 내용을 써 내려갔다.


보고를 올리고 나니, 오전 9시5분께. 이제는 10시30분에 나갈 전화연결을 준비해야 한다. “오늘은 중부지방에 비가 많이 오는 걸로 예보돼 있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원고를 쓰려 한다. 김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시간당 30㎜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본다. 운전할 때 와이퍼를 가장 세게 틀어야 하는 수준이다. 기사를 쓰는 사이에도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충남 태안, 전북 군산 등 서해안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표됐고, 충남 보령 일대 지역은 호우경보로 확대됐다.


레이더를 수차례 확인하며 앵커와의 질답 형식으로 원고를 써내려가다 ‘YDAS’(YTN Disaster Analysis System)에 들어가 방송화면에 송출할 CCTV 화면을 살펴본다. 한 달 전 YTN이 구축한 YDAS에선 도로교통공사, 국토교통부, 홍수통제소 등이 제공하는 전국의 CCTV 화면을 볼 수 있다. 김 기자는 레이더에 나온 집중호우 지역의 CCTV를 일일이 확인하며 도로에 물이 많이 고여 있거나 비 상황이 잘 드러나는 화면을 골랐다. 실제 전화연결을 할 때 기자가 재생버튼을 눌러 미리 저장한 CCTV를 직접 송출하는 방식이다.


초고 데스킹을 받고, 뉴스에 나갈 자막을 올리고, 영상편집팀에 그래픽을 의뢰하는 등 모든 과정을 마치니 전화연결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 김 기자는 그사이 변할 수 있는 기상 상황을 계속 점검하며 김 부국장에게 보고했다. 전화연결 5분 전, 부조정실에서 기자의 휴대폰으로 대기하라는 전화가 걸려오자 내선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한차례 오디오 테스트 후 몇 분간 기다리다 전화연결이 시작됐다. 차분히 원고를 읽어 내려가면서 동시에 CCTV 화면을 재생하고, 그 사이 맞은편에 나오고 있는 TV 화면을 확인한다. 전화연결을 끝마치니 오전 10시50분. 보도 순서가 바뀌어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다.


당시엔 몰랐지만 김 기자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 과정을 6번 더 해야 했다. 당장은 오전 11시 기상청 브리핑, 12시50분 전화연결이 남아있다. 결국 오늘 점심은 배달음식. “바쁜 날엔 종종 이렇게 먹어요.” 문화생활과학부 구성원들과 초밥을 시킨 김 기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점심을 먹으며 다시 일에 몰두했다.

김민경 기자가 YTN 보도국에서 레이더를 보며 강수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평년보다 강수량 훌쩍 뛰어넘은 ‘이상한’ 장맛비… 밤샘 근무하며 비 상황 촉각

“충청으로 치고 들어오는데?”
“줄지어서 오는 거 맞죠?”
“원래 우리 예상은 아니잖아. 이번엔 유독 더 어렵네.”


오후 6시50분, 김 기자와 정 차장은 수시로 레이더를 살펴보며 변화를 공유했다. 김 기자는 요즘 장마에 대해 “장마 전선이 명확히 보였던 옛날과는 달리 저기압이 끌어올리는 등 예전 패턴과는 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시간당 70㎜가 넘는 비가 내려 일부 지역에 처음으로 극한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던 지난 11일 날씨는 기상청도 사전 예측이 어려웠을 정도다. 그만큼 기상 현상에 대한 기상전문기자들의 원인 분석, 전망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날도 낮부터 밤까지 YTN 보도국장, 사회부장이 기상팀에 여러 번 찾아와 ‘호우 피해 예측 지역’ ‘현장 중계 여부’ 등을 논의했다.


김 기자는 정 차장과 밤샘 근무에 돌입했다. 원래도 조용했던 보도국은 더욱 고요해졌다. 멀리 보이는 사회부 자리엔 당직자 4명 정도가 남아있고, 바로 뒤에 있는 국제부엔 기자 한 명이 야근 중이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이날 사회부장, 보도국장도 늦은 밤까지 남아 상황을 지켜봤다.

앉은 자리에서 제육덮밥으로 저녁을 때운 김 기자는 리포트를 처리하고 밤 9시부터 스튜디오 출연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출연 시간은 밤 10시50분. 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그 사이사이 4층 분장실에 올라가 화장과 머리 손질도 받았다. 이번 방송 출연은 터치스크린으로 기상 자료를 보여주며 현재 비 상황, 올해 장맛비 전망을 주제로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픽실에 넘긴 스크린에 나갈 화면자료를 받아오고, 원고 데스킹을 받고나니 어느덧 밤 10시30분이 됐다. 그는 뉴스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4층 ‘2 스튜디오’에 미리 들어가 한쪽에 마련된 스크린에 판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뉴스 출연을 잘 마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김 기자는 “인 이어 음량을 크게 잡아 부조정실 소리가 다 들려 당황하기도 했다”고 후기를 남겼다.


큰 건은 넘어갔지만, 아직 일이 끝난 건 아니다. 밤 10시30분을 기해 산림청은 중부와 전북, 경북 지역의 산사태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했고, 자정을 넘긴 다음날 12시45분엔 충남 서해안이 호우주의보에서 호우경보로 확대됐다. 그 사이 한강 잠수교는 보행자 통제수위를 초과해 보행자통행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호우 경보·산사태 주의보 확대’ 단신을 마지막으로 새벽 4시, 드디어 김 기자의 이날 근무가 끝났다.

대기과학과 석사 학위…10년 걸려 기상전문기자 길 걷게 돼

김진두 부국장이 보는 김 기자는 “생방송에 강한 기자”다. 그의 말대로 김 기자는 매번 집중력 있고, 차분하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보도를 잘 치렀다.


학부 때부터 대기과학과를 전공해 석사 학위까지 받은 그는 대학교 1학년이던 2013년부터 기상전문기자를 꿈꿨다. “막연히 좀 멋있어 보였던 것도 있고, 전공을 살리면서도 한쪽으로만 분야를 파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아 보였어요. 사람들한테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고 싶은 마음도 컸거든요.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하는 제 적성에 기자가 잘 맞겠다 싶었죠.”


졸업 후 지도·측량회사에서 기상 관련 연구직으로 2년 4개월 간 일하면서도 꾸준히 기자라는 목표를 두고 살았다. 안정적인 정규직을 버리고 지난해 4월 육아휴직 대체 인력으로 KBS 기상전문기자로 8개월 간 일한 건 좋은 선택이었고,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생방송에 투입돼야 해서 단기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사실 거기서 긴장은 다 하고 왔다고 보면 돼요.(웃음)”


지난 2월 YTN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제대로 기상전문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보도는 폭염 스케치, 대기오염 노출에 의한 치매 위험 리포트 등 직접 발로 뛴 현장 취재다. 그래서 아직 기회가 많진 않지만, 한 사안을 깊게 취재하면서도 기상 분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전하는 보도를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가뭄 이슈로 한 번 기획을 해보려던 게 있는데 노후 저수지 용량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최근 논문 내용이었어요. 환경부 출입은 아니라 취재가 쉽진 않을 것 같은데 다른 부서와 협업하며 취재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전문 기자의 시각에서 보는 다양한 이슈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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