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네이버 조인트벤처 1호 잡스엔, 폐업 수순

[휘청이는 네이버 조인트벤처 모델]
작년 주제판 종료… 사업기반 흔들
타 벤처사들 존속 가능성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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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네이버 조인트벤처 1호인 조선일보 ‘잡스엔’이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016년 잡스엔을 시작으로 잇달아 출범한 조인트벤처 총 13곳은 네이버 안의 콘텐츠 유통 공간인 주제판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12월 주제판 종료로 조인트벤처 사업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잡스엔 폐업 소식은 남은 회사의 존속 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잡스엔이 자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온 네이버 포스트 ‘jobsN’에는 지난달 6일 이후 새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폐업 방침을 결정한 이후 소속 기자들도 대거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강녕 잡스엔 대표는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네이버 포스트에는 콘텐츠를 안 올리고 있다”며 “인력이 많이 나갔고 일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출범한 언론사-네이버 조인트벤처 1호 조선일보 ‘잡스엔’이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잡스엔이 자체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온 네이버 포스트 ‘jobsN’(이미지)에는 지난달 6일 이후 새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잡스엔은 그동안 주력해온 취업·창업·직업 관련 텍스트 기사 생산을 중단하고 네이버와 별도 계약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잡스엔은 그동안 주력해온 취업·창업·직업 관련 텍스트 기사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지금은 남아 있는 일부 인력이 네이버와 별도 계약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네이버TV에 올리고 있다. 백 대표는 “네이버에 공급해야 하는 영상 콘텐츠 양을 맞추려면 다른 걸(네이버 포스트 등) 생산할 여력이 없다”며 “적자가 나서 인력과 콘텐츠 생산 규모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현재 잡스엔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폐업한 건 아니라고 밝혔지만, 네이버와 콘텐츠 공급 계약이 끝나는 올해 말을 전후로 실제 폐업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인트벤처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잡스엔 폐업 결정은 이미 한두 달 전에 알려졌다”며 “지난 연말 주제판 종료 이후로는 조인트벤처 자체로 사업 확장이 어려우니 돈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두자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잡스엔은 지난 2016년 설립 이후 줄곧 여행플러스(매일경제)와 함께 매년 당기순익(평균 10억원대)이 가장 높은 회사였다. 적자인 해는 없었다. 지난 6월 기준 잡스엔의 총자산은 47억여원으로 13개 조인트벤처 가운데 가장 많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상황인데도 불확실한 사업 확장성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운영 규모 축소에 이어 폐업 카드까지 꺼냈다고 볼 수 있다.


회사마다 사정이 달라 잡스엔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순 없다. 다만 잡스엔을 포함한 조인트벤처들은 지난 연말 네이버 속 전용 매대인 주제판이 사라지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당장 네이버가 콘텐츠 생산과 주제판 운영 몫으로 언론사들에 지급하던 금액이 줄었다. 네이버는 이를 보전하는 취지로 일부 언론사와 콘텐츠 생산 계약을 맺어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주제판을 운영할 때보다 네이버 안에서 각 조인트벤처의 브랜드 노출이 떨어지고, 대외적 영향력도 감소하면서 독자적인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호 조인트벤처이자 가장 규모가 큰 잡스엔의 폐업 결정에 다른 회사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조인트벤처 대표는 “주제판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시작한 사업인데 기반 자체가 사라진 상태라서 저희가 해볼 만한 게 많지 않다”며 “이 판을 기획안 네이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남은 회사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인트벤처 대표는 그동안 네이버 밖으로 외연을 확장해온 곳들엔 아직 희망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잡스엔이 문을 닫는다고 해도 회사별로 상황이 다르니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를 것이다. 네이버 안에서 유통해온 콘텐츠 사업뿐 아니라 다른 사업으로 확장 중인 회사들은 그래도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다만 주제판 종료로 기존 사업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네이버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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