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검열' 우려 나온 통신자료 조회 '헌법불합치'

언론시민단체 "환영하나 미흡한 기본권 침해 판단에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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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정보기관이 이동통신사로부터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해 사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아도 되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나왔다. 앞서 언론인에 대한 통신자료 수집 역시 문제가 됐던 가운데 전국언론노조를 비롯한 언론시민단체는 환영과 함께 우려를 전하고 ‘정보인권’ 이해에 기반한 보다 적극적인 제도 개선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고 있다.(연합뉴스)

헌재는 지난 21일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헌재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며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 법원, 검사 등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이동통신사에 통신자료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헌재의 판단은 그간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에 ‘사후 통지’라는 최소한의 통제 수단을 갖추라는 취지에 가깝다.

지난 2016년 5월 민주노총을 비롯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등 9개 시민단체는 헌재에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기자들에 대한 통신자료 수집 역시 논란이 됐는데, 언론노조가 같은 해 3월10일부터 25일까지 보름동안 취합한 조사에서만 조합원 97명의 통신자료 197건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계에선 취재기자가 어떤 제보자와 접촉했는지 알 수 있는 통신자료 조회가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를 전하고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해 왔다.

헌재의 판단에 대해 언론노조는 이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2021년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여러 언론 매체의 법조·정당 출입 기자들과 민간인에 대한 통신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것이 드러났다. 명확한 조사목적에 대한 설명과 사전 동의 없이 언론의 취재행위를 검열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면서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이동통신사들은 한 해 수백만 건 이상의 가입자 통신자료를 제공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법 집행인지 통제하는 장치도 없고, 정보주체가 자신의 자료 요청 사유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정부, 사업자, 법원 누구도 제도의 공백을 책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자료 수집 관행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위헌적 상황을 해소하게 돼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번 판단의 한계를 지적하며 우려와 더불어 제대로 된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태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받으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률의 효력이 즉시 정지되는 ‘위헌’과 달리 법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되 법 개정 시까지 효력을 존속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23년 말까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 판결 후 민변과 인권운동공간 ‘활’ 등 9개 언론시민단체는 “결론은 환영하지만 미흡한 기본권 침해 판단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논평을 냈다.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행위가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이 영장주의 및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정보인권의 관점에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언론노조 역시 앞선 논평에서 "수사기관은 저인망식 구태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개선해야 하며, 입법기관은 시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도록 법률개정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통신자료 제공 사실의 통보 외 제공 사유까지 정보주체가 알 수 있도록 법률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단체는 “6년이라는 긴 심리기간 끝에 현행 통신자료제공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결정은 미흡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판단으로 수사기관 등에 의한 남용적 통신자료 수집으로 발생하는 정보주체의 기본권 침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후통지 제도를 절차적 권리로서 보장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사후통지제도만으로 국한되는 것으로 이해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국회는 헌재의 이번 결정의 의미를 최소한의 결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수사기관 등에 의한 남용적인 통신자료수집으로부터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통신자료를 우회적으로 취득하는 제도인 통신자료제공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의 취득을 영장 및 적법성심사 제도의 도입, 정기적 감독의 보장 등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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