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허리 연차' 기자들, 한겨레로 무더기 이직

4~11년차 5명, 이례적으로 한꺼번에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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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지난 18일 창간 118주년을 맞았다. 서울신문 대주주가 호반건설로 바뀌고 처음 맞는 기념일이었다. 이날 오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선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직원들에겐 하림에서 지난해 출시한 라면과 즉석밥 세트가 선물로 주어졌다.

“국내 현존하는 언론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서울신문의 창간기념일은, 그러나 자축만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얼마 전 있었던 한겨레신문 경력 기자 채용에 서울신문 기자들이 무더기로 합격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암울한 건 ‘나갈 놈들은 나가라’라는 사측 반응”이라고 한 서울신문 기자는 전했다. “전에도 특정 언론사로 기자 몇 명이 한꺼번에 간 적은 있었지만, 잡는 시늉도 안 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20일, 한겨레 경력 기자 합격자 발표가 났다. 서울신문 기자가 5명. 전체 합격자의 절반이었다. 2012~19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4년차에서 11년차 사이의 기자들이다. 이들 5명은 지난달 서울신문 기자 56명이 우면동 호반파크로의 사옥 이전을 반대하며 연명으로 낸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는 올 초 서울신문이 호반건설 비판 기사를 무더기 삭제했을 때 기수별 비판 성명에 동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온라인뉴스부 등으로 발령 나 부당인사 논란에 휘말린 기자도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해 호반건설을 대주주로 맞은 뒤 기사 삭제 사태부터 프레스센터 재건축과 사옥 이전까지 큰 논란을 빚었다. 그때마다 기자들은 경영진의 책임 있는 설명과 투명한 의사 결정,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해 왔지만 사측은 거의 응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절망감과 무력감을 토로했고, 10월로 예정된 호반파크로의 이전을 앞두고 퇴사자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18일 창간 118주년 기념호 1면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갈등, 분열, 부조리를 딛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앞장서는 언론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기자들 56명은 지난달 성명에서 “현실화된 ‘편집권 침해’에 유감”을 표하며 이렇게 토로했다. “이미 편집국 안에서는 편집권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부 구성원이 문제를 제기해도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뚜렷한 대책으로 응답받지 못한 채 뭉개지는 것이 지금의 서울신문입니다. (중략) 무력감 속에서 ‘우리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외면하고 침묵하자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가 부끄러워집니다. 언제까지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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