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 여권사용 허가' 칼자루, 외교부가 쥐게 해선 안 돼"

[인터뷰] 키이우 취재하고 온 장진영 프리랜서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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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사진가 장진영<사진>. 그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을 여러 차례 취재했다. 그의 사진은 시사주간지 시사IN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실렸다. 홍콩 경찰이 쏘는 최루탄과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 사이에서 아찔한 순간들을 견디며 건져 올린 사진이었다.


그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향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서방 매체의 기사를 통한 정보밖에 접할 수 없다는 게 “솔직히 황당”했던 그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3월 초 폴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폴란드의 국경도시 프셰미실에서 기차를 타고 우크라이나 르비우(리비우)로 들어가 한 번 더 기차를 타고 키이우까지 갔다 다시 그 길을 돌아 20여일 만에 귀국했다. 그리고 며칠 뒤, 경찰에 입건됐다. 혐의명은 여권법 위반. 외교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 국가에 들어간 게 문제였다.


우크라이나에 여행금지 발령이 내린 것은 지난 2월13일. 장씨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가야 했고, 허락받을 길은 없었다. 외교부가 취재 목적의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가한 것도 3월18일부터인데, 재직증명서와 소속 단체장의 확인서 등이 필요했다. 프리랜서 사진가에게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제가 10년이 넘었잖아요. 저 같은 조건에선 합법적으로 신청이 안 되고 갈 수 없는 구조란 걸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찍은 사진은 지난달 초 시사IN과 참세상 등에 실렸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장례식, 키이우역에서 이별하는 군인 가족 등 “도처에 이별이 부유”하는 현장을 기록했다. 그의 사진이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외신 사진보다 나은 게 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선 자체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똑같은 얘기를 할 때 다른 시선으로 보는 게 언론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경찰 조사를 받았고, 추가 조사도 앞두고 있다. 그의 입국 목적이 무엇이었건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법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할 생각도, 처벌을 면하게 해달라고 할 생각도 없다. 다만 외교부가 언론의 취재를 ‘허가’하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꿔야 한다”면서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란 칼자루가 외교부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외교부가 언론에 ‘다 너 생각해서, 위험해서 가지 말라고 하는 거야’ 하는 게 딱 헬리콥터 맘 수준이에요. 총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기자들은 취재 활동을 하는 거고,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사전에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고민은 언론의 몫이기도 하다. 외국의 경우 폭탄이 터졌을 때 응급처치법 등 종군 취재 시 각종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언론단체에서 워크숍 형태로 교육하기도 한다. 분쟁지역을 취재할 땐 각국의 취재진이 속한 네트워크에 일정한 시간마다 자신의 위치를 보고하며 신변 이상 여부를 알리고 서로 돕기도 한단다. 반면 우리는 15년째 분쟁지역 취재 자체가 막힌 탓에 그런 노하우를 쌓고 공유할 기회 자체가 차단됐다. 그가 법·제도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다.


“제도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제가 법을 위반한 것처럼 누군가는 또 나올 겁니다. 누군가는 취재에 대한 고민을 실행에 옮기고, 계속 처벌받겠죠. ‘가지 마’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모든 기자가 종군 기자가 돼야 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그런 선택을 한 기자들에게 우리가 얼마만큼 취재의 자유와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고 있나, 생각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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