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그 후'가 의미하는 것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임인년의 각오를 담은 신년사에서 많은 언론이 ‘포털 이후’의 시대를 그렸다. 그동안 디지털 전환이 종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1차원적 변화에 머물렀다면 포털을 벗어난 기사 유통과 구독자 확보를 위한 노력은 디지털 시대를 향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적응기가 될 것이다. 자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다양한 채널에서 전통적인 신문 독자들과 다른 구독자 혹은 팔로워들을 만나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기사와 콘텐츠를 제작하고 구독 및 멤버십 모델 등을 개발하는 과정은 한국 언론이 뉴스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주체로서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의 형식을 찾는 시간도 될 것이다.


한국의 가장 친숙한 뉴스 소비 방식이 된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는 1990년대 후반 시작됐다. 특히 언론사 페이지가 아닌 인링크(포털 페이지)로 기사를 보게 된 건 1998년 야후코리아가, 이듬해 다음이, 2000년 네이버 뉴스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편화됐다. 서비스 초반 포털과 언론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과 콘텐츠 공급사로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검색, 커뮤니티 서비스 등으로 포털 영향력이 급속하게 확장돼 언론이 종속되는 형태로 바뀌었다.


홈페이지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포털에서 유입되는 불균형은 이미 언론사가 포털에 ‘입점’하던 때부터 예견된 현상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이 가속화되던 시점에 언론은 개별적인 역량을 키우는 대신 포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변화의 고비를 넘겼던 셈이다. CMS를 비롯해 IT 기술과 인력에 투자하는 노력도 있었지만 다른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거대 IT 기업들의 주도로 뉴스와 기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구조가 조성되면서 언론은 스스로 개척하지 않아도 디지털 환경에 맞춰졌다. 20년 넘게 자체 생산한 콘텐츠를 스스로 통제하거나 유통하지 않고서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을 보면 한국 뉴스 이용자 가운데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들어가 기사를 읽는 비율은 4%에 그친다. 세계 평균(25%)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치다. 포털에서의 뉴스 소비 비중(77%)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포털이 아닌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게 된 계기 역시 포털의 뉴스 서비스 축소 등 언론 산업의 환경적 변화에 따른 대응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부터 얼마나 철저하고 절실하게 준비하는지에 따라 앞으로는 ‘언론계’가 아닌 ‘언론사’의 지속가능성을 점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언론은 뉴스 유통뿐 아니라 콘텐츠의 영향력, 광고 수익 등 스스로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포털 종속으로 잃어버렸다.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고 디지털 환경에 맞는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갖춰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도 놓치고 말았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또 다른 뉴스 모아보기 플랫폼이 등장할 수도 있다. 언론사들이 또 다른 거대 콘텐츠 플랫폼에서 구독 등의 형태로 콘텐츠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전략이고 선택이다. 대안의 울타리를 찾을 것인가. 스스로 일어설 것인가. 관건은 양질의 콘텐츠는 플랫폼의 선택이 아니라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때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2022년 언론사들의 포털 밖으로 향하는 도전들이 저널리즘의 신뢰를 되찾고 독자와 접점을 만드는, 진정한 소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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