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규제 완화' 한 목소리… 李·安·沈 "MBC 민영화 반대"

여야 대선 후보 언론·미디어 공약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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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는 차기 정부 미디어정책의 틀과 방향성을 알아보기 위해 여야 대선후보들의 언론·미디어 공약을 점검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5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라시아 2021 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기자협회보는 대선 주자 4인에게 주요 미디어 공약 외에 ①미디어 거버넌스 ②미디어 산업 진흥 및 규제 ③미디어정책 사회적 논의기구 설치 ④지역언론 등 언론 지원 대책 ⑤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 등에 관한 구상을 물었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 공감

문재인 정부는 ‘장미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탓에 정부조직개편이 소폭에 그쳤고, 미디어 부처는 이마저도 예외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나뉜 이래 미래부의 이름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뀐 채 10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 매체 간 장벽을 허문 신규 미디어가 대거 등장했으나,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로 이원화된 ICT·미디어정책은 과거의 패러다임에 갇혀있다. 예컨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를 법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소관 부처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선 미디어 정책기구 개편은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 역시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진흥 업무는 통합해야 한다는 게 대체로 공통된 생각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는 미디어 생태계 및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기)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부처 간 기능조정 또는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진흥’과 ‘규제’ 간의 역할 구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디지털 융합시대 미디어 관련 정부정책을 콘텐츠 육성, 지원중심으로 조정”하겠다며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로 각각 분산된 진흥 업무를 통합”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다양한 매체간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을 효율적으로 감시,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또한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미디어의 공공성은 분산된 미디어 규제·진흥 부처를 통합해야 실현될 수 있다”면서 미디어를 통합적으로 담당할 합의제 기구인 ‘미디어위원회(가칭)’ 설치를 제안했다. 다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할 문제가 아니라며 “언론인과 시민단체, 무엇보다 미디어의 이용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구체적인 설치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도 “미디어진흥 및 규제기구 개편을 위한 미디어위원회 신설”을 공약했다. 안 후보는 ‘진흥중심 단일부처’ ‘민간중심 심의기구’ 투트랙 미디어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방송통신 미디어정책 기능은 통합 및 일원화하고 과기부와 문체부, 방통위 등으로 산재해 있던 디지털콘텐츠진흥업무는 문체부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법과 제도 등 전반을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재명, 심상정, 안철수 후보 모두 공감을 표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그런 구상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우리의 방송영상콘텐츠 경쟁력은 이미 세계 선두권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인위적 법과 제도를 통해 선도적 혁신을 쉽게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답했다.

이재명·윤석열 ‘규제 완화’엔 한 목소리?

미디어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에선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견해가 일치했다. 이 후보는 “미디어산업의 글로벌화와 플랫폼화에 맞서 국내 미디어 시장에 대기업을 비롯한 안정적인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며 “건전한 대기업 자본의 유입을 적극 지원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상파 소유규제 완화 법안, 방통위의 소유·겸영 제도 개선 계획과 맞물려 생각하면 대기업의 방송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대기업의 투자 허용이 자칫 무질서하게 진행될 경우 방송미디어의 소유겸영까지 번져 방송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이며 “대기업의 자본이 양질의 콘텐츠 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와 감시 수단을 동시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 역시 미디어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방송사업에 대해 “현행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 미디어시장 진·출입 확대와 경쟁을 촉진하겠다”며 “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인·허가 기준과 평가방법 개선, 재허가·재승인 기간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공공성 확대를 강조했다. 심 후보는 “해외 OTT와 같은 조건에서의 경쟁을 생각할 게 아니라, 해외 OTT도 우리 사회의 미디어 공공성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적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면서 OTT 콘텐츠쿼터제를 공약했다. 해외 OTT에 국내 콘텐츠를 30% 이상 구성하도록 의무화해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빠르게 재편 중인 국내 미디어 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해 기존 규제정책에서 진흥정책으로 전환”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거래상 ‘공정’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정책은 국내외 기업을 불문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언론재단 대행 정부광고 폐지”

지역 언론 지원책으로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확대 등이 거론됐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증액하고 지역방송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정부광고 지역언론 쿼터제를 도입하고, 지역 언론이 수행한 정부광고 대행수수료 수입을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재원으로 규정해 지역언론에 환원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바우처를 이용해 국민이 직접 건강한 지역 언론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용자 위치 기반 뉴스 서비스’를 도입해 포털에서 지역 언론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역신문발전기금 규모 확대와 제도 개선 △우선지원대상 신문사에 정부광고 우선 지원과 지역별 균형 지원 △디지털시대에 대응한 지역신문 환경개선 지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지역언론에 대해 간접지원 방식 대신 직접적 지원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지역·탐사 저널리즘 활성화를 위한 세금 감면, 지역 공익뉴스 직접 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실시”한다고 소개했다.


윤석열 후보는 지역 언론에 관한 공약은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는 대신 “언론에 대한 지원 대책으로 저는 직접적 자금 지원과 같은 인위적 방법보다는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독점 대행하고 있는 정부광고 제도를 폐지하고 민간 자율화함으로써 합리적이고 투명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엔 이견 없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에 대한 의지도 물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방송장악, 사장 교체 논란에서 이번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일단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후보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이재명 후보는 “여야 모두 미래 권력이 누구에게 갈지 불투명한 지금이 새로운 제도를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고 진정한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국회에 꾸려진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향해 “지배구조 관련 사항 합의를 대선 전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보장은 대한민국에서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선시되어야 할 과제”라며 “이사들의 선임에 있어 정당의 추천 및 관여를 배제하고 다양한 분야의 추천을 받아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공영방송 재정위원회를 설치해 수신료 산정 및 분배, 운영 방향 등을 결정함으로써 “40년 넘게 동결된 수신료 재원 문제를 해결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정의당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위해 방통위에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재차 제시했다.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분야별로 균형있게 선정한 위원 200명으로 구성하고,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에 대한 공개 면접과 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안철수 후보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장 등을 위해 공영방송을 통괄하는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BS, EBS, 아리랑TV, KTV, 국방TV 등에 대한 감독 체계 일원화를 위한 ‘공영방송유지재단(Public Broadcasting Syndicate)’을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각 사에 설치된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를 재단(PBS) 이사회로 통합해 공영방송에 대한 인사 및 재원, 경영감독 업무를 맡긴다는 게 골자다. 이사회는 국민 대표성, 다양성, 전문성을 갖춘 30~50명으로 구성하며, 공영방송 사장은 재단 이사회에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특별다수제(재적인원 2/3의 동의)로 선출한다. 이를 위해 방송법 개정은 물론 공영방송설치법(가칭) 제정 등은 필수다.


한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제기돼 논란이 됐던 MBC 민영화에 대해선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고 모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심상정 후보는 “민영화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따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한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면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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