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900원 '하루 한 개 콘텐츠'로 기획력 쑥쑥!"

[미디어 뉴 웨이브]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LongBlack)'

유일한 수익은 '온라인 구독'
각국 라이프스타일·콘텐츠 기업들
브랜드와 비즈니스 관점서 분석해
멋진 기획 펼칠 수 있게 돕는 취지

  • 페이스북
  • 트위치

최근 미디어 업계에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뉴스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양질의 콘텐츠를 내세워 구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건강한 공론장을 가꾸며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모색하는 실험이 이미 진행 중이다. 반짝 실험으로 끝날지, 미디어 업계 전반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무엇보다 ‘왜’ 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미디어 업계 새로운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미디어 뉴 웨이브’ 기획은 1~2주 간격으로 독자를 만날 계획이다.


직장인의 성장을 돕는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롱블랙이 지난달 말 오픈했다. 하루 1개 콘텐츠를 선보이되 하루가 지나면 볼 수 없는 유통 방식으로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매체명은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샷을 넣는 순서와 물의 양이 다른, 호주에서 마시는 동명의 커피에서 따왔다. /롱블랙 제공


롱블랙(LongBlack)은 호주에서 마시는 커피 종류다. 에스프레소 두 잔에 뜨거운 물. 아메리카노와 비슷하지만 샷을 넣는 순서와 물의 양이 다르다. 이 커피에서 이름을 따온 동명의 지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가 지난달 28일 론칭했다. 작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특별함을 볼 수 있도록 감각을 일깨우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지향. 그래서 이 매체는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


지난 1일 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임미진 대표·김종원 부대표는 30대 직장인, 즉 ‘점핑 스테이지’에 도달한 이들의 빠른 성장을 돕는 서비스로 롱블랙을 규정했다. 입사 후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터득하는 ‘스타팅 스테이지’를 지나면 직장인들은 곧장 다른 역량을 요구받는데 그 핵심인 “기획력을 높일 공부는 누가 돕고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는 것. 지난 2주간 선보인 콘텐츠는 그 답이었다. 오버보드, 콘란, 누데이크, 젠틀몬스터, 에이카화이트 등등 국내·외에서 가장 혁신적인 라이프스타일·콘텐츠 섹터 기업들을 브랜드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분석한 콘텐츠.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독자가 “트렌드를 더 민감하게 읽어내고 더 멋진 기획을 펼치는 최고의 프로페셔널”이 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보그’랑 ‘포브스’를 합쳤다고 보면 되고요. 주로 경제, 경영, 자기계발 책에서 소비되던 콘텐츠였던 거 같아요. 책은 현장 직장인에게 유효성이 상실된 1~2년 전 케이스를 담고, 또 지금 소비 패턴에선 너무 묵직하게 느껴졌어요. 책에서 나와 디지털 콘텐츠로 하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거죠. 콘텐츠 시장에서 빈 영역으로 보였고요.”(임 대표)
가장 독특한 지점은 유통 방식이다. 한 달 4900원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미끼 상품조차 없는 ‘하드 페이월’이다. 그런데 매일 1개씩 선보이는 콘텐츠(노트)는 발행 후 딱 24시간 동안만 볼 수 있다. “독서나 운동처럼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일을 서포트하는 플랫폼이 잘 되잖아요.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배움엔 에너지와 결심이 필요하고 소비자에겐 ‘이걸 왜 해야하지’란 물음표가 따르는데 이 해결에 포커싱을 뒀어요. 구독자에게 ‘오늘 읽자’란 습관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서 넛지를, 강제성을 게임적인 요소로 주려했고요.”(김 부대표)

모바일 페이지 접속 화면(왼쪽)에서 콘텐츠를 읽을 수 있는 유효 시간이 뜬 모습. /롱블랙 제공

‘내돈내산’인데도 하루 한번 접속 접속하지 않으면 콘텐츠를 못 보는 수준으로 이용자 참여를 강제한 도발적인 시도는 드물었다. 명확한 타깃, 저렴한 구독료, 고퀄 콘텐츠는 강점이지만 이 ‘룰’은 매체운영 근간을 지배하는 방침이다. 결국 ‘돈을 내고도 못 읽는다고?’와 ‘오늘 읽었어야 하는데!’ 사이 이용자의 선택이 관건이 된다. 미디어사업자가 배타적으로 구축한 콘텐츠 아카이브에 의도적으로 접근을 제한하고 롱테일 소비를 막는 일이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도 봐야 한다. 김 부대표는 “‘돈을 내도 못 본다’는 건 이용자에게 모순적일 수 있다. 현 구독료는 그 허용 선을 고민한 결과”라며 “지금은 콘셉트 전달이 가장 중요한 만큼 추천한 지인이 멤버십 가입을 할 경우 지난 노트 이용권을 주는 식으로만 우회 창구를 열어뒀다. 고객반응을 보며 여러 상품을 업셀링할 예정”이라고 했다.


롱블랙은 중앙일보 버티컬미디어인 ‘폴인’을 구축하고 일정 궤도에 올렸던 임 대표와 김 부대표가 퇴사하고 앤젤 투자 등을 받아 지난 3월 (주)타임앤코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직장인의 성장을 돕는 ‘지식 콘텐츠 구독 플랫폼’ 폴인을 운영한 경험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 셈이다. 다만 폴인의 수익모델이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 온라인 구독이었다면 롱블랙은 온라인 구독 수익이 유일하다. 인력은 대표·부대표를 포함해 개발자, 에디터·마케터·오퍼레이션 서비스를 겸하는 콘텐츠 부문 전문인력 총 6인. 롱블랙은 데스킹 역할 정도만 맡고 ‘스피커’로 지칭하는 필드 실무자, 외부 전문가, 객원 라이팅 에디터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한다.


최근 구독자수와 더불어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완독률이다. 평균 신문 1~2개면에 달하는 분량인 만큼 잘 읽히는 데 각별히 신경쓴다. 이를 위해 L, B, C, K 등 이니셜로 표현되는 가상의 캐릭터들을 구축, ‘프렌즈’란 장치도 마련했다. ‘스피커’ 원고를 그대로 전하지 않고 ‘독자들과 함께 스터디를 하는 친구가 대신 노트테이킹을 해준다’는 세계관 내에서 다시 써 제공한다. 현재는 노트 서문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선이지만 독자 반응에 따라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 임 대표는 “3000자만 넘어도 완독률이 50%를 넘지 못하는데 예상했던 완독률의 두 배는 나오는 것 같다”며 “유튜브에서 어려운 얘길 해도 듣는 건 유튜버가 사람이라서인데 글로 그런 감성을 부르려면 장치가 필요했다. L은 분석적이고 어그레시브하고, C는 패션·뷰티에 관심 있고 등등 캐릭터별로 20문20답을 짜며 세계관을 촘촘하게 짰다”고 했다.


레거시미디어 밖 매체의 시도는 언론사 버티컬 매체 운영에 시사점을 남긴다. 언론 본령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버티컬 매체 역시 저널리즘적 당위로 운영되는 경향은 대표적이다. 수익을 내는 버티컬은 손에 꼽고, ‘시장의 빈 영역’을 찾거나 ‘실험적인 유통’으로 조명 받은 일도 드물다.


김 부대표는 “롱블랙은 콘텐츠보다 이용자 습관 형성에 방점을 두고 기제를 뾰족하게 시작한 경우”라며 “콘텐츠만 고민하면 안 되고 소비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이 언론사 신사업에 가장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제언했다. 임 대표는 “언론사에서 신사업팀장을 했던 까닭에 조언을 구하는 연락을 받을 때가 있는데 신사업으로 수익을 내고,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서 이익을 얻고, 모 기업 브랜드·충성도도 제고시켰으면 싶고, 다 하면 좋겠다고 할 때가 있다”며 “세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초기에 목적을 분명히 세팅하고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