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후보자 누가 무엇을 약속했나

"KBS는 위기" 한목소리…정치적 독립, 신뢰도와 공정성 제고 등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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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차기 사장 공모에 15명이 도전장을 냈다. KBS 이사회는 지난달 30일부터 9일간 실시한 차기 사장 후보자 공모에 지원한 15명의 지원서와 경영계획서를 지난 9일 KBS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공모에선 경영계획서 분량을 A4용지 20장 이상으로 늘려 예전보다 장벽을 높였는데, 분량을 다 채우지 못한 지원자도 있었다.

지원자 명단은 접수순 기준으로 △박문혁 방역신문 대표 겸 기자 △김진수 KBS 뉴스전문위원 △임병걸 KBS 부사장 △엄경철 KBS 부산방송총국장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 △배재성 KBS 뉴스전문위원 △윤제춘 KBS 뉴스전문위원 △이영준 KBS 시사교양국 PD △서재석 전 KBS 이사(전 KBS 정책본부장) △김재연 전 KBS 교양국 제작부주간 △안정균 KP 커뮤니케이션 고문(전 KBS PD) △정순길 전 KBS 춘천방송총국장 △정상현 우석대 행정학과 명예교수(전민일보 논설위원)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 △이상필 TX Tech 이사(전 KBS 관악산 송신소 차장) 등이다. 15명 중 13명이 KBS 출신이며, 8명은 현직이다.

이 중 KBS 안팎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이는 임병걸·엄경철·김종명 지원자다. 지난 3년 반 ‘양승동 사장 체제’의 핵심 인사들이다. 현직 부사장인 임병걸 지원자는 경영의 연속성 면에서, 엄경철 지원자는 ‘세대교체’ 측면에서, 김종명 지원자는 지난 2년간 보도본부 차원의 코로나19 통합뉴스룸을 이끌어온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된다. 2018년 사장 선임 당시 3배수에 들었던 김진수 지원자, 전직 보도본부장으로 현직 보도본부장과 경쟁할 김의철 지원자도 눈길을 끈다. 야권 추천으로 지난 8월까지 KBS 이사를 지낸 서재석 지원자도 주목된다.

여의도 KBS 본관(뉴시스)

사장 지원자들은 KBS가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시대 환경에 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 해법을 시청자와 신뢰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비슷했다. 공영방송을 넘어선 공영미디어로의 재도약, 전사적인 디지털 혁신, 재난방송의 고도화, 통합의 리더십, 능력 중심의 공정한 평가·보상 등도 대체로 많이 언급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8일 “시민과 구성원의 목소리를 모아” 지원자들에게 26개의 공통 질문을 던졌는데, 여기서 제시된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눈에 띄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KBS 사장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방안으로 김진수 지원자는 ‘사장소환제’의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사장의 정치적 독립성이 문제가 될 때 일정 수의 구성원이 사장 소환을 발의하고 신임투표 결과 일정 비율의 불신임이 나오면 이사회에 자동 상정돼 해임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임병걸 지원자는 사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수호 등의 의지를 담아 취임 때 서약서를 작성·발표하겠다고 했고, 김의철 지원자도 취임 후 ‘시청자 중심주의 회복과 정치적 독립’을 대국민 약속의 형태로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지원자는 “유럽평의회가 권고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관련된 권고를 KBS 내부 규정 또는 가이드라인으로 채택”하고 KBS의 정치적 독립 정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신뢰도와 공정성 제고를 위해 편향적 진행자를 배제하겠다는 지원자도 있다. 김진수 지원자는 “중립적 MC를 기용해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겠다고 했고, 서재석 지원자는 “특정 정치적 견해 또는 특정 노조 출신의 제작자 위주의 편향된 제작 주체 구성”을 사전 차단하고 편향적 진행자 위촉 방지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엄경철 지원자는 “신뢰할 수 있고 영향력 있는 KBS 기자 육성”을 위해 ‘전문기자 육성 3년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김종명 지원자는 “공정성 관련 사고 시 엄격한 문책 인사로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을 공언했다.

조직 화합을 위해 임병걸 지원자가 “‘진실과 미래 위원회’(진미위) 관련 사면과 화합 인사”를 약속한 점도 눈에 띈다. 진미위는 양승동 사장이 추진한 적폐청산의 핵심기구였기 때문이다. 임 지원자는 또 사내 인트라넷인 코비스에 청원게시판을 운영해 추천 수 500 이상을 받은 의견은 임원 회의에 자동 안건화 하고, 주니어보드와 주니어전략회의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윤제춘 지원자는 국·부장 공모제를 약속했다.

수신료 현실화와 관련해선 임병걸·엄경철 지원자 등이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된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반적으로 수신료 인상에 크게 목소리를 낸 편은 아니다. 서재석 지원자는 “수신료 인상 필요하나 지금은 좋은 시기가 아니”라며 공정성 및 신뢰도 인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고, 김종명 지원자도 “신뢰와 유용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공적 재원 확충(수신료 현실화)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평등 조직’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지원자는 일부에 불과했다. 김재연 지원자는 부서별 젠더위원회 설치와 여성 보직 쿼터제를, 김종명 지원자는 ‘프로그램 양성평등’ 제도화와 조직 내 양성평등 내실화, ‘KBS 성인지 통계’ 시스템 구축 및 분기별 공개 등을 약속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서류 심사 등을 거쳐 3명의 후보자를 뽑은 뒤, 오는 23일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발표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시민참여단 평가 결과 40%를 반영해 27일 면접에서 최종 후보자 1명을 선정해 청와대에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KBS 사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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