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기자들, 포털 밖에서 한 달 살아보니…

이달 10일 포털 노출중단 징계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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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 광고 문제로 ‘포털 노출 중단 32일’ 징계를 받은 연합뉴스의 네이버 모바일 언론사 편집판 화면이 뿌옇게 처리돼 접근이 막혀 있다.

기사형 광고 문제로 연합뉴스가 받은 ‘포털 노출 중단 32일’ 징계가 오는 10일 해제된다. 이날부터 네이버 PC 화면의 연합뉴스 속보창과 네이버 모바일 언론사 편집판이 복구되고, 네이버·다음에서 연합뉴스 기사를 다시 찾아볼 수 있다.


연합뉴스는 20여년 전 다음과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입점해 지금껏 포털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특히 빠르고 많은 양의 기사로 뉴스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포털과 속보에 강하고 대규모 취재인력을 운용하는 연합뉴스의 특성이 맞아떨어지면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네이버 PC 메인 화면에 연합뉴스 전용 속보창이 있는 것이나 네이버 콘텐츠제휴 언론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전재료(현재는 광고비)를 받는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연합 기자들 “박탈감·상실감 느껴… 내가 쓴 문장, 남의 기사로만 남아”

포털 뉴스 생태계에서 남다른 지위를 누려온 연합뉴스는 이번 기사형 광고 사태로 체면을 구겼다. 지난 7월 미디어오늘 보도로 드러난, 연합뉴스가 2009년부터 돈을 받고 쓴 기사형 광고를 일반기사인 것처럼 포털에 전송해왔다는 사실이 언론계에 충격을 안겼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는 이 문제로 연합뉴스에 지난 8일부터 32일간 네이버·다음 노출 중단 징계를 내렸다. 중단 28일째인 5일 기준 연합뉴스 네이버 구독자 수는 기존 434만명대에서 395만명대로 40만명 가까이 하락했다.


징계 영향으로 포털 밖 한 달 살이를 하고 있는 연합뉴스 기자들은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A 기자는 “예전에 쓴 기사들까지 사라지고 검색조차 안돼서 속이 쓰렸다”면서 “저희 기사를 받아쓰는 데가 많으니까 늘 그러려니 했는데, 노출 중단 이후 무심코 포털에서 기사를 읽다가 내가 쓴 문장이 남의 기사로만 남아있는 걸 보니 힘이 빠지더라”고 말했다. B 기자도 “분명히 내가 먼저 썼는데도 내 기사만 없는 상황에 박탈감과 상실감이 들었다”며 “지난 한 달 간 불편한 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포털 신경 쓰지 말고 평소처럼 일하자는 자기위안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포털 퇴출여부 심사 재평가도 남아... 일부 낙관 속 “변화 계기로 삼아야”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일반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도매상’이지만 연합뉴스 기자들은 포털 안에서 대중을 상대로 뉴스를 생산·유통하며 ‘소매상’으로서 더 큰 영향력을 체감해왔다. 성기홍 연합뉴스 신임 사장이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달 “포털 노출 중단은 신문의 정간 사태와 같은 매우 충격적 상황”이라고 언급한 이유다.


연합뉴스 C 기자는 “포털 노출 중단 중에도 언론사들이 연합뉴스를 전재하고 참고하는 매커니즘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아 위안이 됐지만 일반 독자들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포털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포털에 기사가 나가지 않는 현실에 사기가 꺾이고 일 할 맛도 안 났다. 예전 선배들에게 이야기 들었던 ‘얼굴 없는 기자’를 잠시 경험해본다는 생각으로 한 달을 보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노출 중단을 벗어나더라도 포털 퇴출 여부를 심사하는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제평위는 이달 중 연합뉴스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하고 다음 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내부에선 ‘설마 탈락하겠느냐’는 분위기지만,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 D 기자는 “다들 자괴감과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다만 그걸 넘어 포털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뿐 아니라 모든 언론사가 어쩔 수 없이 포털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 저희에겐 이번 일이 변화의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 기자는 “내부에선 이제 달라져야 한다면서도 노출 중단이 끝나면 떨어졌던 네이버 구독자 수가 바로 회복될 거라고 기대하는 반응이 많다. 이래서 어떻게 변화하겠나”라며 “기사형 광고도 포털 의존도 모두 관성화된 시스템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면서 겉으로만 혁신을 내세우기보다 이참에 오래된 체계와 잘못된 관행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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