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의 깔때기 전략

[언론 다시보기]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노혜령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

언론사의 뉴스레터가 붐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사들의 71%가 이메일로 구독자들을 획득한다는 설문 조사를 봤는데,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닌 듯 하다. 이메일 뉴스레터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기사 클릭을 유도하려는 ‘영업’과 독자 경험을 제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이다. 문제는 둘 다 뜬구름이 되기 쉽다는 점이다. 뉴스레터가 ‘돈이 되는 클릭 순증’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뉴스레터에 직접 광고를 붙이는 모델도, 기사 클릭수를 높여 디지털 광고 수입을 높이는 방식도, 지금 같은 디지털 무료 뉴스 환경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결국 영업보다는 마케팅 목적이 클 것이다. 마케팅에는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쏟아지는 뉴스레터의 레드오션 속에서 기자들만 불어난 일거리에 허덕이다가 실패한 실험으로 막을 내리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다. 그래서 마케팅에는 전략적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 각 마케팅 활동의 역할을 설정하고, 가설-검증을 반복하면서 경로를 수정할 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재부상한 용어가 그 유명한 ‘마케팅 깔때기(funnel)’다. 외부의 액체가 깔때기의 넓은 입으로 빨려 들어와 좁은 그릇 속에 안착하듯, 소비자가 구매라는 종착역에 도달하도록 길목마다 마케팅 깔때기를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뉴스레터 설계에도 유용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7일부터 시작한 뉴스레터 ‘더 7(The 7)’도 깔때기 전략의 일환이다. 주중 매일 아침 7개의 가장 중요한 뉴스를 악시오스 스타일의 짧은 기사로 브리핑해주는 뉴스레터다. 독자를 유인하는 깔때기 입구를 더 흡입력 있게 리모델링한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6일부터 일부 뉴스레터를 ‘구독자 전용’으로 돌리면서 깔때기 전략을 고도화했다. 50개가 넘는 뉴스레터를 잠재 독자 유인, 구독 전환, 구독자 록인(lock-in)의 3개 역할에 할당해 운용하는 것이다.


잠재 구독자 유인은 ‘브리핑’ 스타일의 뉴스레터가 맡는다. 오가는 행인들의 눈길을 붙잡는 쇼윈도처럼, 최신 뉴스를 구경하고 체험하면서 읽기가 ‘습관’이 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다. 이런 뉴스레터는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개방형으로 제공해야 한다.


두 번째, 구독 전환 유도는 독자들이 관심 있는 분야의 최신 뉴스를 실시간 업데이트해 주는 뉴스레터가 담당한다.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최신 뉴스를 리얼타임으로 알려주는 개인화 서비스다. 쇼윈도를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온 독자를 맞춤형 서비스로 구독 전환시키는 단계다.


세 번째는 구독자들이 떠나지 않게 붙잡는 뉴스레터다. 팩트의 나열보다는 스타 칼럼니스트의 ‘시각’과 ‘분석’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식견을 제공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충성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 등 팔로워와 팬덤이 있는 언론사 내외부 스타 오피니언 리더들의 칼럼이 구독자용 뉴스레터의 주류를 이룬다. 스타 마케팅을 접목하는 것이다.


전략 로드맵 하에 각 뉴스레터의 존재 이유가 부여될 때 어떤 것은 작동되고, 어떤 것은 작동하지 않는지 실험 결과의 판단이 가능하다. 이런 틀 없이 ‘일단 해보자’ 식의 뉴스레터 실험은 매일 치열한 전투를 치르지만, 전쟁에서는 지는 소모전으로 귀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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