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갈아타기… KBS·방문진 이사 지원자 '함량미달' 논란

'자리 바꾸기'식 처신, 도마 위에
"부적격 인사들 난장판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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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 지원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일부 부적격 인사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직 공공기관장, 공영방송 이사 출신의 ‘자리 바꾸기’식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1일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후보자 지원서를 보면 KBS 이사에 지원한 55명 중 27명이 KBS 출신(현직 포함)이었고, 방문진 이사 후보자 22명 중 11명은 MBC(지역 포함) 출신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KBS는 남녀 지원자가 각각 46명과 9명, 방문진은 남녀 각각 20명, 2명이었다.


KBS 현직 이사 중에선 류일형, 황우섭 이사가 또 도전장을 냈다. 민병욱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도 KBS 이사에 지원했는데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 출신 이력이 논란이다.


방문진에선 김도인, 신인수, 최기화 이사와 김형배 감사가 지원서를 냈다. 차기환 변호사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방문진 이사를, 바로 이어서 2018년까지 3년간은 KBS 이사를 지냈는데 이번에 또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다. 차 변호사는 “MBC 방송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싶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공영방송 파괴의 주범이기도 한 차기환 변호사는 다시는 방문진 이사 자리에 앉아서는 안 될 대표적인 극우 편향적 문제의 인물”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MBC본부는 차 변호사 외에도 김도인·최기화 이사와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함윤근 변호사 등을 “함량 미달 부적격 5인방”으로 규정했다.


2015~2018년 KBS 이사를 지냈던 권태선 리영희재단 이사장도 방문진 이사에 지원했다. 권 이사장은 지난해 9월부터 KBS 시청자위원장을 맡아 내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데 방문진 이사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청자위원들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권 이사장은 21일 시청자위원회 단체 대화방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2일 논평을 통해 “누구보다 시청자위원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일에 힘써야 할 위원장들이 스스로 자리를 가벼이 여기고, 위상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권 이사장은 “일부 비판이 있더라도 그보다 더 나은 역할을 한다면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결과로써 판단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원서에 추천인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했는데, 추천인을 기재한 경우는 KBS 이사 지원자는 16명으로 전체의 29%였고, 방문진은 단 한 명만(약 5%) 추천인을 기재했다. 그중 2명은 추천인이 현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공개 추천만 하지 않았을 뿐, 방통위 구조와 그동안의 관행을 볼 때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에서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어 추천인 공개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1일 언론노조와 만나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추진할 의사가 있으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당내 절차를 밟겠다”고 했으나 여태 후속 조치는 없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정치권 불개입’ 의사조차 밝힌 적이 없다. 언론노조는 26일 성명을 내고 “의도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약속 불이행과 거대양당의 암묵적 공생 속에 공영방송 이사회는 다시 함량미달 부적격 인사들의 난장판으로 변질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성토했다.


방통위는 서류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초 1차 후보자들을 가려낸 뒤, 27일까지 접수된 국민 의견 및 질의를 바탕으로 면접심사를 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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