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서울신문 차지할까... 구성원 56% 협상 동의

반대표 44% 육박
사내 '反 호반' 정서 강해
협상내내 혼란·잡음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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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끝내 호반건설의 차지가 될까.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보유 서울신문 지분 29%를 두고 서울신문 구성원이 호반과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서울신문 3대 주주인 호반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인수하면 의결권 기준 53.4%로 과점 1대 주주가 된다.


우리사주조합이 지난 19~23일 진행한 조합원 대상 투표 결과 ‘호반건설의 우리사주조합 지분 인수 제안에 대한 협상 착수 동의 건’이 찬성률 56.07%로 통과됐다. 조합원 417명 중 412명(98.8%)이 투표에 참여할 정도로 구성원의 관심이 컸다. 동시에 진행된 ‘12기 우리사주조합 조합장과 이사 해임 건’은 61.1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협상해야 할 조합 집행부 전원 해임

호반과 지분 매각 협상에 착수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서울신문 지분구조를 둘러싼 내부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43.93%가 협상 착수에 반대한 데서 보듯 서울신문 내부의 ‘반 호반 정서’는 강하다. 협상 내용에 대한 조합원 동의 절차가 남아 있어 협상 과정 내내 혼란과 잡음이 예상된다. 당장은 호반과 협상에 나설 우리사주조합 집행부도 해임안 통과로 공석이다.


앞서 지난 7일 호반은 우리사주조합 보유지분을 전량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호반건설 보유 지분 인수를 위한 회사 차입 약정 체결’ 안건이 부결돼 우리사주조합의 호반건설 보유 지분 인수가 무산된 이후다. 호반은 우리사주조합 지분 29%를 300억원에 매입하고, 특별위로금 210억원(임직원 420명에게 1인당 5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지난 14일 우리사주조합에 추가로 보낸 공문에선 “서울신문 전 직원들이 구조조정의 걱정 없이 현업에 충실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이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사가 편집권을 침해하거나 지면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9년 6월 포스코의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된 호반건설이 서울신문 1대 주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신문 1대 주주인 기획재정부가 “한 달 안에 우리사주조합이 기재부 지분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히면서 서울신문 소유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재점화됐다. 우리사주조합은 기재부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지만, 기재부와의 지분 양수도 협상은 계속해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우리사주조합은 지난 4월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지분 전량을 180억원에 매입한다는 지분 매매 합의서를 호반건설과 체결했다. 하지만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안을 두고 조합원 개인별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 속에 ‘회사 차입 안건’은 부결됐다. 이어 지난 8일 사주조합원 84명의 서명으로 박록삼 우리사주조합장과 이사들에 대한 해임 안건이 발의됐다.

지분 많은 시니어 그룹 등 ‘찬성표’... 공개 반대했던 조합원들 당혹·허탈

이번 ‘호반과 협상 착수 동의 건’ 투표에선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시니어들과 대주주가 바뀌어도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부서의 구성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A 기자는 “기존 월급의 70%를 받는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100명 가까이 된다”며 “해임된 우리사주조합 집행부와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도 많다. 퇴직까지 길게는 5년 짧게는 1~2년 남아있는데 차라리 갖고 있는 주식을 털고, 보상받는 게 낫지 않냐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호반 제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보였던 구성원은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당혹감과 허탈감을 드러냈다. 서울신문 제작국 B 직원은 “호반이 과연 약속을 잘 지킬지 의문이 든다. 인수 전에는 누구나 이거 해주겠다, 저거 해주겠다고 하지만 실상 인수하고 나서는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제일 크다. 특히 제작국 구성원 대부분은 호반이 들어오면 회사를 나가는 상황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이 호반 제안을 받고 일주일 만에 무리하게 투표에 부쳤다는 의견도 있다. 사주조합 집행부 해임안과 동시에 투표를 진행하는 게 맞았냐는 의문도 나온다. C 기자는 “우리사주조합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진행이 달라지고, 앞으로 많은 절차가 남아있는데 바로 투표를 부친 게 절차상 맞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협상을 하겠다는 거지, 제안을 받아들이고 호반과 계약하겠다는 건 아니다. 앞으로 구성원들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소유 구조가 정리되지 않으며 4개월 가까이 미뤄진 신임 사장 선임 등 서울신문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보궐선거로 임기가 10월31일까지인 신임 사주조합 임원 선거는 8월3~5일 진행된다. 신임 우리사주조합 집행부가 선임되면 호반과의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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